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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없는 사람들

강산21 2003. 7. 23. 16:41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이름이 없는사람들

아래 지방에는 장마비가 내리고 있다는데중부지방의 날씨는 수은주가 30도를 웃도는 삼복더위를 방불케 합니다. 벗겨 놓고 보면 그 사람의 신분이 무엇인지,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수 없겠지만, 무슨 옷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신분이 달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들은 푸른 수의(囚衣)를 입고있기에 재소자라는 신분으로 변해 있습니다. 가슴에는 현재 거하고 있는 방의 표시와 그 사람을 나타내는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이름이 없는사람들. 그들은 교도소 안에서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들의 가슴에 붙어 있는 번호를 불러야 하고, 그 번호가 그들의 신분을 나타냅니다. 그래서그들은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원합니다. 앞에서 메시지를 전하면서 이름이라도 불러주면 그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수시로 보게됩니다.그래서 일부러 그들의 이름을 알아놨다가 한번씩 불러줍니다. 언젠가는 본인의 이름을 가지고 세상에서 떳떳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면서말입니다.

     지난달 교화행사 때 그들과 약속을 했더랍니다. 다음 교화행사 때는 각 방별로 찬양대회를 하기로 했습니다.1등부터 3등까지 선발하여 푸짐한 영치금까지 넣어 주기로 약속을 했더랍니다. 교도소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덥고 짜증난다며 투덜거림이많았던 각 방에서 찬송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답니다. 곡조가 틀리면 서로 고쳐주면서 장애인 재소자들이 찬양으로 하나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있다는 감사한 소식입니다.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우리도 기도로 준비하고, 영치금과 다과를 나눌 음식들을 준비합니다. 이번 교화행사 때는3일 휴가를 받은 남종현 상사가 아내와 함께 교화 행사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찬양대회인데 반주자가 없어 은근히 걱정하며 기도를 했는데,옹달샘님이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여호와이레입니다.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것도 모르고 걱정만 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기도를 하게 되었으니그것도 감사의 조건입니다.

     방문하는 날 아침부터 햇감자 익는 냄새가 쉼터를 감싸고 있습니다. 평소 마련해 가던 떡 대신햇감자를 삶아 가기로 했거든요. 고향의 향수를 느껴보라는 작은 배려였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아내와 미룡 간사는 다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음료수는 남상사 가족이 해 오기로 했으니 커피와 몇 가지만 더 챙기면 됩니다. 영치금을 챙기는 것은 필수입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교도소 정문앞 주차장에서 회원들을 기다립니다. 박정희 집사님이 도착하시고, 여우천사님 가족도 도착하시고, 열린마음 목사님도 도착하셨습니다. 두 대의 차에나눠 타고 바로 교도소로 들어갑니다. 물론 경비병들에게 검문을 받고요. 15척 담 아래 작게 만들어져 있는 문을 노크하며 교화행사로 방문했음을알립니다. 신분증을 걷어서 소지품까지 맡깁니다. 교도관들의 허리에는 묵직한 F자의 쇳덩이(?)가 달려 있습니다. 공항에서 검색대 통과하듯 좁은통로를 통과할 때마다 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교육관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도착했습니다. 간단한 기도를 한 후에 찬송으로 준비를 합니다. 줄을 지어서 도착한 그들. 불편한 몸이지만 밝은 얼굴로 들어옵니다. 그들의 밝은얼굴을 보니 마음도 편해집니다. 열린마음 목사님의 인도로 예배가 시작됩니다. 찬양대회를 해야 하는 만큼 설교도 짧습니다. 바로 찬양대회가시작됩니다. 한달동안 열심히 연습을 했는가 봅니다. 출전 팀들마다 대단한 실력들입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한 것에 대하여 점수를 1인당 1점씩배당해 주기로 했습니다. 실력이 비슷할 때는 많은 분이 참석한 팀이 유리합니다. 갑자기 재소자 한 명이 의자에서 땅으로 떨어집니다. 간질을일으키고 있습니다. 간질을 일으키고 있을 때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그를 위하여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기도부터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한참만에 깨어난 그 재소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인사를 하더니 찬양을 못하겠다고손사래를 칩니다. 알았다는 신호를 보내니 찬양을 들으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습니다.

     총 열두 팀이 출전을했습니다. 각자의 짧은 간증까지 곁들어진 은혜의 시간들입니다. 모두에게 상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준비해간 채점표에 채점을 하여 열린마음목사님께 최종 채점을 부탁한 후, 이런 저런 메시지를 그들에게 전합니다. 그사이에 다과도 베풀어집니다. 햇감자 인기가 좋습니다. 삶은 감자를7년 만에 먹어 본다는 어느 재소자. 아마 벌써 7년째 교도소에서 살고 있는가 봅니다. 그도 언젠간 세상에서 가슴 펴고 살아가리라 생각합니다.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커피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치지 않습니다. 넉넉하게 준비해 갔기 때문입니다. 음료수를 맥주 들이키듯 마시는 어느재소자. 그 모습을 보며 한바탕 웃었습니다. 좋은 날이 있을 겁니다. 심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식박약, 문맹자 등이 악보도 없이 불렀던 팀이1등을 차지했습니다. 2등과 3등은 혼자 출전한 팀들이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많은 인원이 참석한 팀이 받았으면 좋겠는데 다른 분들의심사가 그렇게 나왔으니 따라야 합니다. 시상식을 하고 나니 약속된 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교도소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소보다 3배정도 빨리 가는것 같습니다. 오히려 3배정도 늦게 갔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목사님의 어깨를 빌려 부축 받으며 계단을 내려와 교도소 정문을 벗어납니다.면회신청소에서 영치금을 입금시켜 주면서 작은 기도를 합니다. "주님, 이 영치금이 그들의 세계에서 또 다른 나눔의 사건을 일으키기를 원합니다."하늘엔 이글거리는 태양만 보입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003. 7. 11http://jaonan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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