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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는 에로운 80십 독고노인입니다"

강산21 2005. 7. 31. 22:44

오마이뉴스에서 퍼온 글인데 "독거노인"이라는 표현을 "혼자 사(시)는 노인(어른)"이라고 쓰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의 노인문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기에 올립니다.

 

"저는 에로운 80십 독고노인임니다. 90십년도부터 당요와 농내장을 알어왓슴니다. 이재는 실명단게에 왓슴니다. 더 견딜 수 없어 이 길을 택한검니다. 그리고 집주인 아줌마와 2동에 사회담당보조 아가시와 너무나 고마워슴니다. 죽어도 잇지못할겁니다. 내내 건강과 행복하시길 기원하며 축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안녕.”

지난 21일 낮 12시경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투신자살한 성아무개 노인의 품에서 발견된 유서의 내용이다. 삐뚤삐뚤한 글씨와 어지러운 맞춤법, 그리고 자신의 병원진단서 뒷면에 휘갈겨 쓴 흔적이 역력한 이 유서 한 장은 이 노인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노인의 유서와 신분증
ⓒ2005 이종성
그러나 애석하게도 카메라의 포커스는 이 사건을 주목하지 않았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지하철 사건들 중에서 노인의 죽음은 우리들이 느끼기에 '평범한' 일상에서의 '평범한' 사건사고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이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우리는 흔히 지하철 역사에 안전장치를 설치할 생각만 할 뿐, 정작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진정 막아야 할 것은 추락하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추락하게 내모는 현실임에도 말이다.

구석으로 내몰린 독거노인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03년을 기준으로 396만9000명으로 총 인구의 8.3%를 차지하고 있으며, 노인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득감소에 따른 경제적인 기반 상실, 각종 질병에 의한 과중한 의료비 부담과 간호 문제, 그리고 역할 상실에 따른 심리적인 고독감과 소외감은 이미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병고(病苦)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독거노인은 1998년 49만 4695명에서 5년 만인 2003년에 64만 3544명으로 30%나 증가했으며, 전체 노인 가구의 21.6%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 독거노인의 현황(통계청 자료)
ⓒ2005 이종성
독거노인 문제가 주목해야 하는 심각한 사회적 이유는 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으며,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극빈층에 속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노인성 질병의 하나인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약 10%에 나타나고 있으며, 65세 이후, 연령이 5세 증가함에 따라 치매발생률은 약 두 배로 증가한다. 그리고 80세 이후가 되면 약 3분의 1정도가 치매로 고통받는다. 특히 이러한 노인성 질병은 주변의 지속적인 간병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독거노인은 이러한 도움을 받기가 사실상 힘들다.

또한 200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독거노인의 72.1%가 월 소득 30만원 미만의 극빈층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이 중에서 정부의 복지혜택을 받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겨우 31.2%에 그친다. 빈약한 경제사정으로 인하여 독거노인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들의 추락에는 이유가 있다

사회의 주류에서 소외되어 있는 데다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 앞에서 독거노인들의 삶의 의지는 짓밟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회참여의 기회도 박탈당하고 노인 대상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한 현실은, 독거노인들을 사회라는 테두리 밖으로 밀쳐낸다.

▲ 추락한 노인의 시신을 수습하는 현장
ⓒ2005 이종성
결국 원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택하는 극단적인 해결책은 자살이다. 실제로 2003년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만명 중 72.5명이 자살로 사망했는데, 이는 20년 전인 지난 83년의 14.3명에 비해 5배에 이르는 높은 수치이다. 그들의 추락이 이유 없는 추락이 아니라는 것을 숫자는 우리에게 정직하게 말해주고 있다.

동물의 왕국에서 외줄타기

열악한 사회적인 보호망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독거노인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냉정한 '동물의 왕국'에서 오늘도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독거노인들. 그리고 그들의 외줄타기를 팔짱 낀 채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 과연 우리는 '순간순간의 기쁨과 행복이 있으니 세상은 여전히 멋진 곳이다. 죽을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열심히 살아라'라는 말을 이들에게 감히 건넬 자격이 있는 것인가.

▲ 퇴화해버린 날개를 짊어지고 노인들은 오늘도 힙겹게 하루를 살아간다.
ⓒ2005 이종성
한 소설가의 소설제목이 생각난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이미 퇴화해버린 자신의 날개를 더듬으며 노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지하철에서 추락하며 노인이 세상을 향해 진정 외치고 싶었던 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져온 곳: [광명사랑나누기]  글쓴이: 길래현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