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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장애인, 그가 세상보는 시야

강산21 2002. 10. 30. 00:00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아름다운 장애인, 그가 세상보는 시야

류근하 기자 ghryuu@netian.com   

늦가을 소슬바람이거리의 가로수를 스치며 지나간 자리에는 채 단풍 들지않은 애기 조막손 만한 낙엽들이 이리저리 날리고 있다. 날씨마저 쌀쌀해져 출근길 어깨를 잔뜩움츠리게 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가쁜 호흡을 몰아 쉬며 더운 열기를 품어대는 사람들이 있다. 제8회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우리들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도패럴림픽(The Paralympics)이나 아·태장애인경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후자의 두 대회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같은개최도시에서 이어 열리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인 대부분의 관심은 온통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메달을 딸 것인가에만 집중되어있지, 후자의 두 경기에 대해서는 대회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장애인들보다 비장애인들이 많은 현실에서 당연히세계 최고의, 아시아 최고의 체육인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으나, 그에 비해 장애인들의 투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덜하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이번 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는 지난 토요일에 개막하여 일주일간 진행된다. 이 대회는 장애인의 재활의지고취 및 사회인식 개선, 국내 장애인복지 향상 도모, 장애인 스포츠 발전의 도약대 구축 및 국제친선과 우호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42개 참가국이 17개 종목에서 금메달 450 개를 놓고 열전을 벌이게 되어 있다.

참가국이 몇 개국이고 종목수가 몇 개고금메달이 몇 개며 우리나라가 몇 위를 할 것인가 하는 수치적인 통계는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 장애인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최선을다해 뛰고 던지고 달리는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이다. 비록 신체적 결함이 있기에 비장애인보다 기록이나 경기력에서 뒤질지는 모르나, 그러기에 더혼신의 힘을 다해 피땀을 흘리는 인고의 정신력은 오히려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메달 획득이나 색깔은 중요치가 않을 것이다. 단지자신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것도 비장애인 못지 않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보임으로써,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보람과가치를 찾을 것이다.

지난 18일 승강기안전관리원이 발표한 바로는, 전철역 휠체어리프트를 검사해본 결과 1387대 중 무려83%가 넘는 리프트가 불합격 내지 보완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 인식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또한장애인시설이나 장애인학교를 건립하려고 하면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이유로 집단이기주의적 반대 데모를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있는데, 이 또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얼마나 심한 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씁쓸한 한 단면이다.

나 자신도 장애인이 아니기때문에 그들에 대해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부당하거나 불리한 대우를 받게 해서는 아니될 것이다.그들에게 특별 대우를 하라거나 거창한 복지 정책을 세우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그들이 우리와 똑같이 생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고,재활하려는 의지를 북돋아주지는 못할 망정 꺾지는 말았으면 한다. 또한 그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보이기보다는, 우리와 한 치 다름없는 동일한인간임을 인식하여 그들에게서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말고 그들의 손을 맞잡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한다.

날씨가 추운 가운데서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부산에 모인 장애인들에게, 나아가서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에 대해 좀더관심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싶다.

장애인에 대해 언급한 김에 내가 다니는 회사의 한 장애인에 대해서 잠시 말해볼까한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경영주의 열린 경영 방침에 따라 장애인을 고용키로결정하였고, 면접과 채용은 나의 권한 하에 맡겨졌다. 여러 명을 뽑을 형편이 되지 않아 한 명 만 채용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였지만 그나마장애인을 채용한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면접을 통해 여러 장애인을 만날 수 있었다. 많지는 않은 숫자였지만 뇌성소아마비자, 지체부자유 등의장애인들을 직접 만나며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기는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 자신도 장애인에 대한 까닭 모를 거리감이있어왔었다. 말로는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 향상 등을 주장하면서, 내심으로는 어렸을 적 동네 바보를 놀려먹었던 기억과 더불어 그들은 우리가 사는세상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우리들의 세상에 들어와 지내기는 힘들다고 은연중에 생각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나의 선입견은 그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씻은 듯 사라졌다. 비록 그들의 행동이 부자유스럽고 말도 알아듣기 힘들고 표정도 우리의 것과 달라보였지만, 그들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에는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결연히 비치는 것을 볼 수 있었기때문이다.

면접 심사를 통해 지체장애 2급이라고 쓰인 하늘색 복지카드 소지자 한 명을 채용하였다. 내심 제대로 일을 잘 해낼 수있을까 하는 우려를 잔뜩 지닌 채.

하지만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 이 친구는 모든 면에서 누구보다도 열심이다. 집이 강릉이어서회사 근처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늘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모든 일에 적극적이다. 양다리가 불편하여 뒤에서 보면 오리가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것보다 더 우스운 걸음걸이로 위태롭게 걸어 다니며 특히 계단을 내려갈 때면 넘어질 것 같이 아슬아슬한데도 용케 넘어지지않고 잘 내려가는 게 신기할 정도다. 말도 느리고 어눌하여 새는 발음에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늘 미소를 잃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먼저 배려하며 활기차게 살아가려 노력한다는 것을 여실히 볼 수 있다.

가끔 내가 술을 먹어 귀가할 형편이 되지 못할 야심한 밤에자취방 대문을 두드려 이 친구의 깊은 잠을 방해하여도 귀찮아하기는커녕 웬 술을 이리 많이 마셨냐고, 건강 생각하라고 먼저 내 걱정부터 해주며자기의 아랫목을 나에게 양보하는 넓은 마음을 보인다. 이따금 이 친구의 오리 걸음걸이를 흉내내며 놀려대어도 화를 내거나 언짢아 하는 것이 아니라그저 건강한 미소를 지으며 빙그레 웃을 뿐이다.

이 친구가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그는 우리들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정직하다는 것이다. 약삭빠르고 영악한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자신의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묵묵히 뚜벅뚜벅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모습은 정녕 아름답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를 터, 이친구를 보아 다른 모든 장애인들도 다 그러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들이 가진 장애가 그들의 삶을 좌절케 하거나 왜곡하지는 않는다는것, 그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은 증명이 된 셈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육체적 장애로 인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우리들보다더 넓고 인간에 대한 사랑 또한 더욱 깊으리라 믿는다.

나는 이 친구가 언제까지나 그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한데 난 나의 삶에 충실하고 정직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혹시 정신장애 1급은 아닐까? 

2002/10/28 오후 2:30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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