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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황우석 신드롬 '입맛'대로 포장"

강산21 2005. 7. 2. 23:49
“언론, 황우석 신드롬 ‘입맛’ 대로 포장”


△ 한국 언론이 ‘황우석 신드롬’을 부추겨 과학기술에 대한 성찰을 오히려 막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은 황 교수가 지난 5월20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는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계간 ‘환경과 생명’ 여름호서 꼬집어

 

‘황우석 신드롬’에 대한 비판이 불붙고 있다. 줄기세포 복제의 윤리성에 대한 논란이 아니다. 비판의 대부분은 언론이 황우석 서울대 교수를 어떻게 애국주의적 성공 신화의 주인공으로 포장했는지에 쏠리고 있다.

 

장성익 계간 <환경과생명> 주간은 최근 발간된 여름호 머리말에서 “‘황우석 신드롬’은 비판적·성찰적 사유가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그가 보기에 황우석 신드롬은 ‘과학기술 동맹’이 퍼뜨리는 과학기술 만능주의의 결과다.

 

장성익 주간
“과학기술자들 논리 무비판적 확대 재생산 되레 비판적 성찰 막아

황상익 교수도
애국주의에 매몰된 언론 보도태도 비판

 

여기서 과학기술동맹은 정부·기업·언론 그리고 일부 과학기술자들이 한 몸이 된 일종의 카르텔이다. 이는 대규모 토건 사업을 빌미로 서로의 이익을 챙기는 정부-건축업자-지역토호 등의 ‘개발동맹’에 비견될 만하다. 장 주간은 “개발동맹과 비슷한 구조와 맥락에서 과학기술을 매개로 다양한 세력의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들이 서로 결합·유착돼 강고한 기득권 체제를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장 주간은 특히 이들 과학기술동맹 가운데서도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눈감은 채 과학기술자들의 논리와 이해관계만을 무비판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지금의 언론은 과학기술에 대한 일방적 맹신과 추종을 확산시키는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과학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성찰’해야 할 언론의 임무에 대한 것이다. 장 주간은 “과학기술의 역사를 보면, 과학기술이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파괴적 역설이 적나라하게 아로새겨져 있다”고 짚는다. 따라서 언론은 특정 과학기술의 진보가 “과연 인간에게 행복과 풍요를 안겨줄 만병통치약인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비판적 성찰”을 수행해야 하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시민적 감시”라는 관점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이 이끌고 있는 과학기술동맹에 의해, “지금 한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황 교수의 연구를 계속 밀어붙여 우리나라가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다른 어느 나라보다 선점·독점하자는 것”으로 변했다. 장 주간은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심사숙고 없이 생명과학기술을 돈벌이와 이윤동기에 종속시킬 때, 냉혹한 자본의 논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짚는다. 그것은 “설사 줄기세포 치료법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혜택은 소수의 부자들에게만 돌아가는 상황”이며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이 생물학적 불평등으로 전환되는 디스토피아”의 미래다.

같은 책에서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황우석 신드롬’을 주도한 언론보도를 분석했다. 그 역시 “황우석 신드롬의 많은 부분은 언론 보도에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황상익 교수는 각 언론이 황우석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어떻게 다뤘는지를 비평한 뒤, “한국 언론이 관련 보도에서 과학기술주의와 애국주의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언론보도에서 (국부창출 등을 위한) 도구로서의 과학기술은 있을지언정, 합리성과 비판성이라는 과학정신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 생산했다…정말?”

이충웅 고려대 강사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서 황우석 신드롬 비틀어

 


“광우병이 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런데 광우병에 안 걸릴지도 모를 소를 생산했다. 그 소가 정말로 광우병에 안 걸릴지는 아직 실험 전이라 모르겠다.”

 

지난 2003년 12월 황우석 교수가 세계 최초로 광우병 내성소를 생산했다고 보도한 사실에 대해 이충웅 고려대 강사는 이렇게 비틀었다.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프리온에 대한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쾌거’가 나왔다는 건, 여러모로 어리둥절한 일”이었지만, 한국 언론은 이를 비켜갔다는 것이다. 대신 다수의 언론은 “한국의 과학보도에서 곧잘 발견되는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적 언술”로 황 교수를 치장했다.

 

황우석 신드롬이 번져가는 때에 발맞춰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도서출판 이제이비)를 펴낸 이 강사는 “황우석 신드롬은 ‘과학’이 아닌 ‘영웅담’”이자 “‘복제배아’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승리한 한국인’에 대한 열광”이라고 비판한다.

 

광우병 실체도 모르는데 ‘쾌거’ 보도 어리둥절
황우석 신드롬 영웅담에 윤리·기술적 문제 제기
“쓸데없는 딴죽” 매도당해

 

그는 “설사 그 소가 정말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입증된다 해도, 그 소를 이용하는 방식은 대단히 한정적인 것이며, 그 소를 (사람이) 먹는 일도 조심스런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침묵하는 언론 탓에 “유전자 조작 콩을 불안해하고 의심하던 국민들이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는 낙관하고 믿는” 상황이 발생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논점을 생략하더라도 황 교수 연구팀의 성과는 “질병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위해 난자와 돈, 그리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가깝다. 이 연구의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실제 그 성과가 ‘치료용’으로 전환 가능한지 등에 대한 기술적 문제를 깊이 고려하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이 과정에서 △난자 기증을 문제 삼지 않는 국내 환경 △치료용과 연구용의 모호한 구분 △찬사를 보내는 외국 과학자들과 황 교수 연구팀과의 모종의 관련 등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고,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다양한 반대논리가 생략됐으며, △미지의 가능성에 불과한 치료효과 및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과장이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새마을 운동’식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불어넣는 황 교수 연구에 대한 문제제기는 쓸데없는 딴죽으로 매도당했다.”

 

이 강사는 “황우석 신드롬은 하이테크 의료에 대한 과도한 신뢰와 관련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이테크 의료는 치료 효과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은 과중”하다. 무엇보다 “질병이 가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신기술에 대한 열광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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