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그 사람...

작은 비석 아래, 눈물로 다져진 흙 속에 묻히다

강산21 2009. 7. 12. 21:44

작은 비석 아래, 눈물로 다져진 흙 속에 묻히다

[한겨레] 노 전 대통령 안장식 2만 시민들 애도 속 거행

추모영상 나오자 “다시 오시옵소서” 울음바다


‘잘가오, 그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




[현장 3보]

시민들은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차분하게 치러진 49재와 달리 안장식은 시민들이 쏟아내는 통곡과 흐느낌 소리로 뒤덮였다. 시민들의 눈물은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이 묻힐 봉화산 아래 뙤약볕이 내리쬐는 대지를 촉촉이 적셨다.

노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한 부엉이 바위가 올려다 보이는 사저 앞 광장에서 10일 오후 12시부터 진행된 안장식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2만여명 이상(경찰 추산)의 각계 시민들이 참가해 그가 대지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이규택 친박연대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이 유족들과 함께 식장을 지켰다. 노란옷을 입은 노사모 회원들과 덕수궁 시민분향소를 마련한 누리꾼들도 안장식 끝까지 주변 곳곳에서 자리를 지켰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유해 안장식



안장식은 12시께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이 안장식장에 도착한 뒤 고인에 대한 경례와 4대 종단의 종교의식 순으로 시작했다. 6개의 조기 앞에 마련된 안장식장에는 1m 높이의 헌화대가 설치됐고 이를 중심으로 안장식장이 6000 ㎡ 크기로 마련됐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 등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에 헌화하고 각계 대표의 헌화가 이어졌다.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씨,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원진레이온 노조 대표 한창길씨, 재중동포 김순애씨, 제주 4·3유족회장 홍성수씨 등 노 전 대통령 생전에 특별한 인연을 맺은 시민 14명도 함께 헌화했다.

오후 1시께 노 전 대통령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5분여간 상영되자 장내는 울음바다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 봉하마을에 귀향해 기뻐하던 영상을 보던 부인 권양숙씨와 딸 노정연씨는 고개를 떨구고 계속 흐느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 노건호씨는 어머니의 팔을 붙잡고 위로하기도 했다. 장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다시 오시옵소서” 등을 외치며 함께 울었다.

이어 노건호씨가 폭 50cm, 높이 80cm 크기의 연꽃 석합에 유골을 옮겨 담았다. 권양숙씨의 사후까지 대비한 2개의 석합이 장지에 묻혔고 석합 위에는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 노무현’ 이라는 글귀가 씌였다. 노씨 등은 장지에 석합이 묻히자 자리에서 일어나 허토의식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양손에 흙을 가득쥐어 담아 석합 위에 가만히 흩뿌렸다. 뒤이어 추모영상물과 참여정부 기록물이 담긴 DVD 부장품이 안장됐다.

1시 21분께 태극기가 장지 위에 덮인 뒤 조총이 세발 발사됐고 1시 35분께 ‘아주 작은 비석’이 설치되는 것으로 안장식이 끝났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씨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힘내세요”, “새벽은 반드시 옵니다” 등을 외쳤다. 권씨가 사저로 돌아가며 가볍게 목례를 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안장식이 끝난 뒤 시민들은 차례로 줄을 서 노 전 대통령의 비석 앞에 참배를 드리고나서야 안장식을 떠났다. 안장식을 찾은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말을 전했다. 송태효(성남시 분당구·52)씨는 “49재를 끝으로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끝났지만 서민의 대통령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장식이 끝난 뒤 함평군민 10 여명은 함평에서 직접 가져온 백 여마리의 나비를 비석 위에 뿌렸다. 나비를 준비한 한 함평군민은 “노 전 대통령의 영혼이 하늘에 닿는 길에 함께 하기 위해 나비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백여마리의 나비는 비석 위에서 날개짓을 시작한 뒤 한참 동안 안장식장 주변을 날아다니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정토원 감싼 따뜻한 바람타고 ‘바보’ 하늘로

권양숙씨, 남편 눈물로 배웅…조문객도 흐느껴

노 전 대통령 유골 30cm 백자합 담겨 장지로


[현장 2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 노건호씨 등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이 오전 9시 정각 정토원 법당에 도착하자 49재가 시작됐다. 검은색 상복을 입은 권씨는 두 손을 합장한 채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법당에 발을 딛었고 그 뒤를 자녀 건호,정연씨가 조용히 따랐다. 간간이 눈물을 흘리던 권씨는 두 손에 쥐고 있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스님 등 30여명이 유가족들과 함께 정토원 법당에 배석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토원 49재



능산스님이 운집종을 5번 울린 뒤 9시부터 천도법회가 시작됐다. 지장대성(영혼의 세계를 제도하는 성현)에게 영혼의 회향을 알리는 대령관욕 의식이 30여분간 진행된 뒤 지장불공(업장을 씻어버리는 의식), 축원,법문과 추도사 낭독 등의 순으로 49재 의식이 진행됐다.

의식이 진행되는 도중 정토원 경내를 가득 메운 천여명의 조문객들은 조용히 49재 의식을 지켜보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일부 조문객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듯 시종일관 눈물을 흘렸고, 의식 도중 정토원 마당에서 108배를 드리는 조문객도 있었다.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49재 의식 내내 정토원 마당을 감쌌다.

의식 중간 선진규 정토원 원장이 대표로 배송인사를 했다. 선 원장은 “1년 5개월 전에 노 전 대통령 귀향 위원장을 맡아 그를 환영했는데 오늘 그분을 떠나보내는 배송인사를 하게 되어 기구한 인연”이라며 “서민의 힘으로 당선되어 늘 서민의 편에서 일한 대통령이었는데 이런 지도자를 잃어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슬픔을 못이겨 중간에 선 원장의 목이 맨 목소리가 정토원 마당에 내려앉을 때, 많은 참석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이어 노건호씨가 유가족 대표로 인사를 건넸다. 법당에 권 씨와 함께 앉아 있던 노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한 목소리로 짧은 인사말을 했다. 노 씨는 “이 자리를 찾아주신 분들과 아버지를 사랑하셨던 분들께 감사드리고 여러분이 마지막까지 함께 해줘 우리 유족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며 “모두 성불하시라”고 짧게 인사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노씨를 위로했다.

11시께 49재가 끝나고 고인의 유골을 법당에서 운구차량으로 옮기는 이운식이 조계사 주지 세민 스님의 집전 하에 열렸다. 고인의 유골은 폭 30cm 크기의 공 모양 백자합에 담겼고, 노건호씨가 유골이 든 나무상자를 두 손으로 감싼 채 운구 차량으로 옮겼다. 그 뒤를 권양숙씨와 조문객들이 차분히 뒤따랐다.

이운식이 끝나고 노 전 대통령 영정과 유골함을 든 유가족들이 정토원을 떠나려 하자 조문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잘 가십시오” “여사님 힘내십시오” 등의 말을 유가족들에게 건넸다.

고인의 유골을 실은 운구차량은 봉화산 뒤쪽 길로 내려와 봉하마을 진입로에서부터 양쪽으로 늘어선 조문객들 사이를 천천히 통과해 마을 끝집인 고인의 사저 앞에 멈췄다. 봉화산 아래 장지 앞에 마련된 안장식장에서 유골 안장식이 열릴 예정이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거짓말처럼 그친 비…“잘가세요 노짱”

봉화산 정토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열려

유족·참여정부 인사 참여…차분한 분위기속 법회 시작


[현장 1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치러지는 10일 봉하마을은 다시 추모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거세게 내리치던 빗줄기는 오늘 새벽부터 완전히 그쳤다. 검은색과 노란색 옷을 입은 수천여명의 추모객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봉화마을과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이 안치된 정토원을 방문하고 있다.

고인의 사저 앞에 마련된 6000 제곱미터 크기의 안장식장에는 추모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이곳에서 계속 되던 노 전 대통령 일반 분향소 운영은 참여정부 인사들과 시민들이 마지막 분향을 마친 뒤 9일 밤 11시께 마무리 됐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이 안치돼 있는 봉화산 정토원은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 49재를 치를 준비하고 있다. 오전 8시 20분까지 참배객들은 정토원 법당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 앞에 고개를 숙였다. 많은 참배객들이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가로 20cm 세로 30cm 의 작은 영정 사진 밑에 절을 올린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영정 사진 밑에는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참배를 마치고 조용히 흐느끼던 김아나(인천시 주안동·31)씨는 “어떤 말을 드려도 적당하단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고인의 죽음이 안타깝다”며 “부디 하늘에서도 국민들을 잘 살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8시 20분께 정토원을 찾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지난 49일동안 고인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들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웠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국민 모두가 반성하고 고인의 뜻을 계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토원 앞마당에 마련된 천여석의 좌석은 일반 참석자들로 가득차 있다. 49재와 유골 안장식은 9시부터 정토원에서 시작됐다. 49재는 권양숙씨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부부 등 유족과 한명숙·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참여정부 인사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1시10분까지 2시간10분 동안 진행된다.

49재가 끝나면 고인의 유골을 법당에서 운구차량으로 옮기는 이운식이 20분 동안 열린다.



<현장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