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계와지표

태백은 물없어 난리인데…청와대는 물을 물 쓰듯

강산21 2009. 3. 21. 19:31

청와대 15만 2647톤 써 '최다'…직원 1인당 152톤 쓴 꼴

“물부족 국가로 지정됐는데도 국민 인식이 잘 돼 있지 않아 물을 거저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도 기름처럼 아껴 쓰는 시민운동이 전개됐으면 좋겠다.”(이명박 대통령, 지난 2월10일 강원도 업무보고에서)

22일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행사를 통해 물 절약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를 비롯한 광역시·도 청사에서 물을 ‘펑펑’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정보공개센터가 청와대와 정부기관, 광역시·도 청사의 지난 한 해 동안 상·하수도 사용량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청와대가 회신에 응한 19개 기관 중 가장 많은 15만2647t의 물을 소비했다.

청와대는 면적이 넓고 조경, 세차 등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물을 상당히 많이 쓰는 편이다. 경비인력 포함해 직원이 1000여명인 청와대는 23만㎡ 면적에 부속건물 11개 동이 들어서 있다.

상주인원 2만여명에 면적 46만㎡, 건물 52개 동으로 된 건국대 서울캠퍼스는 지난해 38만673t의 물을 썼다. 건국대는 빗물 저장장치로 물을 받았다가 조경과 호수 관리, 화장실에 쓰고 있다.

청사 규모 등이 다르긴 하지만 직원 규모가 엇비슷한 감사원(990명)은 지난해 2만8736t을 썼다.

연간 1인당 물 소비량만으로 단순비교하면 청와대는 152t으로 국민 평균 62t(가정용수 기준)보다 훨씬 높아 물 절약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외에 ▲경남도청 7만5273t ▲서울시청 6만5084t ▲경기도청 5만8157t ▲대전광역시청 4만9240t 등이 비교적 많은 물 사용량을 기록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부족 난을 겪고 있는 강원도 태백 주민들은 정부기관의 물 사용량이 지나치게 많다고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태백시에서는 1월12일부터 하루 3시간씩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 1월 하루 평균 수돗물 공급량은 2만9000여t이었다.

태백시민 이모(35)씨는 “태백은 지금 물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정부기관은 물을 말 그대로 ‘물 쓰듯’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통분담 차원에서라도 정부기관도 제한급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수도계량기가 건물과 시설 구분없이 통합 설치돼 있어 어디서 물을 많이 썼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면서 “계량기를 분리하고 중수 이용시설을 설치하는 등 물 절약 방안을 마련하고 지하수나 관수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여명철 운영위원장은 “계량기조차 분리돼 있지 않다면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 노력도 하지 않는 셈”이라며 “간이 정화시설을 설치해 세척수와 정원수로 쓰는 등 물 이용을 효율화하면 사용량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