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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노조원들의 ‘러브 액추어리’

강산21 2008. 12. 28. 22:05

MBC 파업 노조원들의 ‘러브 액추어리’

2008년 12월 28일 (일) 14:32   미디어스

[미디어스](아나운서) 허일후가 생각하는 파업은 무한도전이다!
(아나운서) 류수민·양승은이 생각하는 파업은 희망이다!
(아나운서) 손정은이 생각하는 (이번) 파업은 공정한 방송이다!
한임경이 생각하는 파업은 LOVE다!
현규가 생각하는 파업은 양심이다!
김명훈이 생각하는 파업은 있다!
옥승경이 생각하는 파업은 양심이다!
희영이 생각하는 파업은 미래다!
하림이 생각하는 파업은 공영방송 사수다!
성구가 생각하는 파업은 희망이다!
강윤경이 생각하는 파업은 희망이다!
(시민) 이용희가 생각하는 파업은 민주주의 사수다!

언론노조의 파업은 네모다.<미디어스>는 27일 거리에 선 MBC 노조원들에게 손팻말을 나눠주고, 네모 안을 채워넣게 했다.위 내용은 이날 대학로 선전전에 참석했던 MBC 노동자들의 답안지다.

한나라당의 미디어 7대 악법에 맞서 언론노동자들의 선택은 파업이었다.총파업 이틀 째였던 27일 토요일 MBC노동조합은 PD, 기자, 아나운서 할 것 없이, 편집팀, 편성팀, 영상미술팀, 보도팀 너나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왔다.파업의 정당성을 직접 알리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었다.파업 첫날 이들의 파업을 주목한 지상파는 MBC밖에 없었다.조중동은 신재민 문화부 2차관의 말을 빌려 ‘불법파업’이라고 명시했고 SBS는 ‘정부에서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만큼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어디 그뿐인가. 믿었던 KBS마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이제 MBC가 믿을 것은 그들 자신과 호응해주는 국민들밖에 없음을 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렇기 때문일까. 그들은 27일 토요일을 반납하고 거리로 나왔다.그렇게 대학로는 분주했다.

대학로를 찾은 MBC노동조합은 영상미술팀·경영팀과 이정민·손정은·허일후·류수민·양승은 아나운서 등 30여명이었다.이들은 어깨에 “공영방송 MBC 여러분이 지켜주세요”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있었고 한쪽 손에는 한 움큼의 선전물이 들려있었다.생경한 모습이었으나 그들 얼굴에는 왠지 모를 미소가 흘러나왔다.그들을 응원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호응 때문일까? 실제로 그동안의 파업과는 다르게 MBC 노동자들의 파업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높다.

27일 대학로 혜화역 부근에서 MBC 아나운서들이 언론노조 총파업을 알리는 선전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이정민, 양승은, 류수민 아나운서 ⓒ미디어스 윤희상

이날 대학로 거리 선전전에 참여한 허일후 아나운서는 MBC노동조합의 제작거부에 대해 “안타깝다”며 한마디로 정리했다.“당연히 이 시간이면 뉴스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나와, 시청자 분들께 죄송하다”고도 했다.“그렇지만 앞으로 더 좋은 뉴스를 하기 위해서 당연히 (파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은 부드럽지만 다부져 보였다.

그는 “불만제로, 무한도전을 MBC가 (계속) 제작할 수 있게 하려고 잠깐 방송을 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해해달라“고도 이야기했다.방송을 하고 싶어서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그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묻어났다.하고 싶어서 지금 당장은 안한다는 말. 무언가 절실히 하고 싶어서 당장은 할 수 없다는, 해서는 안 된다는 말.

과연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들은 (남들의)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왔을까? 궁금해서 류수민 아나운서에게 물었다.류 아나운서는 “파업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하면 혹한 속에 나왔을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그는 또 “국민들이 전국언론조동조합 역시 다함께 움직이는 이유가 있구나하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파업에서 가장 손해보는 이들이 바로 아나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동안 몇몇 언론매체들은 악의적으로 아나운서들은 단지 노조원이기 때문에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이에 대해 손정은 아나운서는 “이번 파업은 공영방송수호다”라며 “‘밥그릇 투쟁’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이야기했다.그는 아나운서를 ‘하는 수 없이 파업에 떠밀린 사람들’로 재단하는 보도들이 불편한 듯 보였다.“아나운서가 화면에 나오는 사람이기 때문에 부각될 수는 있겠지만 왜곡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MBC노동자들의 열정과는 다르게 대학로를 지나는 시민들의 반응은 이외로 썰렁했다.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어떤 시민은 “무한도전을 통해 MBC 파업 소식을 들었다”고 이야기했고, 길을 지나던 한 시민은 “재벌과 조중동에 문을 열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고도 이야기했다.그렇다.이들의 반응은 뼈아프지만 현실이다.

물론 적극적인 지지자들도 있었다.어떤 연인들은 “MBC 파업은 ‘희망’이다”고 했다.오재민 MBC노동자는 MBC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2천여 글의 응원에 “힘나죠”라고 짧게 답했다.27일 대학로의 표정은 썰렁했으나 희망이 엿보이는 하루였다.MBC 노동자들의 발로 뛰는 노력이 있다면 이 격차쯤은 금세 좁혀질지 모른다.설사 타 방송사의 뉴스에 관련 보도가 없어지고, 조중동에 의해 왜곡되더라도 말이다.

언론노조 파업 이틀째를 지켜보며 든 생각은, 남은 문제는 바로 ‘동(動)’에 있다는 사실이다.호응하더라도 얼마나 MBC를 위해 함께 움직여줄 것인가 하는. 언론노조의 파업은 네모다.당신이 생각하는 답은 무엇인가.

대학로에서 만난 아나운서들의 일문일답

<류수민 아나운서>
1. 이번 파업에 임하는 자세 혹은 각오.
- 국민이 보셔서 아시겠으나 말도 안되는 일이고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2. 26일 집회에 살수차까지 나왔는데 전달자가 아닌 당사자가 된 느낌은?
-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하면 혹한속에서 나와서 (파업)을 할까. 이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방송의 현장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다함께 움직이는 이유가 있다고 국민들이 한번쯤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3. MBC에 오길 참 잘했다, 싶었던 순간은?
- 다른 방송국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MBC에서 일한다는 것이 매순간 자랑스럽고 그 일원으로 사회에서 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4. 내복은 입고 나오셨나요?
- 네. 패션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두껍게 입고 나왔습니다.어제 너무 춥더라고요.

<허일후 아나운서>
1. 맡은 스포츠뉴스는 아예 제작까지 거부됐는데….
- 안타깝죠. 당연히 이 시간이면 뉴스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나와 시청자분들게 죄송하죠. 그렇지만 앞으로 더 좋은 뉴스를 하기 위해서 당연히 (파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불만제로, 무한도전 MBC에서 제작하고 싶어서 잠깐 방송을 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더 좋은 방송을 하고 싶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 이번 말고, 파업 혹은 데모에 참가해 본 경험은?
- 학교 다닐 때 등록금 관련해서 참여는 했었으나 참여했다고 하기도 민망하고…
3. 공영방송 MBC에서 꼭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 혹은 만들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 지금은 없어졌지만 <느낌표> 같은 프로그램을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눈을 떠요’, ‘아시아아시아’ 등은 재미있으면서도 눈물이 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 (민영화되면) 불만제로 같은 프로그램을 영원히 방송될 수 없습니다.<100분토론>, <시사2580>, 등도 마찬가지입니다.일주일 이주일 방송이 나가지 않지만 앞으로 계속 하고 싶어서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3. 내복은 입으셨나요?
- 아니요.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어제 너무 추웠어서 오늘은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집니다.날씨가 춥긴 하지만 마음이 추운 것이 문제겠죠. 마음만 따뜻하다면야….

<손정은 아나운서>
1. 이번 파업을 압축하는 한 마디는?
- 이번 파업 공영방송수호다.
2. 아나운서들은 단지 노조원이기 때문에 파업에 참여한 것이다라는 말들이 있다.
- 특별히 이번 파업에 아나운서직종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니고 노조원 일원으로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이고, PD 기자, 아나운서나 다 같이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파업하는 것입니다.특별히 아나운서가 화면에 나오는 사람이기 때문에 부각될 수는 있겠지만 왜곡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인터넷 기자분들도 이런 측면에서 잘 생각해서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 파업에 임하는 자세 혹은 각오?
- 입사하고 파업에는 처음 참가하게 됐습니다.그러나 파업이 정당하기 때문에,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방송법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4. 공영방송인 MBC에서 꼭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 어떤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 공정방송으로 남을 수 있게 해야겠죠.
5. 이번 집회 이외에 참석했던 집회가 있다면?
- 이전에 촛불집회 당시 MBC촛불 때 참여했었고, 이전에는 효순이미선이 촛불 때에도 참석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