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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응원단의 ‘반성없는 뻔뻔함’

강산21 2008. 11. 20. 22:10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지난 15일 MBC 시사프로그램 < 뉴스후 > 를 통해 '연예인 응원단장'을 맡았던 강병규 인터뷰가 나가자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귀족여행' 파문이후 한동안 말을 아껴왔던 강병규였기에 해당 방송은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강병규의 궁색한 해명은 오히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최근 베이징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을 둘러싼 혈세 낭비 파문은 국민들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 국고로 파견됐던 연예인 응원단이 자신의 본분은 망각한 채 고급호텔 체류와 관광, 유흥 등에 무려 2억이 넘는 예산을 탕진했다는 사실이 올림픽 직후,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큰 충격을 안긴 것.

그러나 결과적으로 강병규의 상황인식이나 해명은 이전의 인터뷰 때와 다를 것이 전혀 없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사과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대중들을 더욱 자극시켰다.

논란이 되었던 고급 호텔 숙박료 문제와 현지에서의 졸속 응원, 수행원을 빙자한 가족 동반 등에 있어서도, 강병규의 해명이 현지 교민이나 문광부에 통보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비난 여론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통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연예인 응원단의 구성 과정, 장관 재량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토토 적립금 사용 내역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유인촌 장관과 문광부의 졸속 행정 이야말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 연예인 응원단이 비난받는 본질은 무엇인가

연예인 응원단은 사실 그 시작에서부터 잘못됐다.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응원단을 결성하여 단체 응원을 간다는 취지야 나쁠 것이 없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처음부터 연예인 응원단이 처음부터 국민의 혈세를 이용하여 올림픽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강병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을 갔다와준 연예인들은 이 순간 이후로는 욕을 안 먹었으면 좋겠다. 모든 일은 내가 벌였다"며 의도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만일 그들의 주장대로 정말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다면 처음부터 자기 돈을 들여서 참여했어야 옳았다.

연예인 응원단의 공짜 여행을 위하여 쓰인 돈은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나랏돈이다. 유인촌 장관이나 해당 연예인들은 ´귀하신 몸´들께서 비싼 출연료도 안 받고 ´무보수´로 올림픽에 간 것을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과연 국고를 지원받아 한 일이 진정한 봉사라 할 수 있겠는가.

연예인 응원단 기획이 비난받는 것은, 처음부터 관 주도로 벌인 행사에 연예인들을 동원하여 생색내기 식 이벤트를 벌이기 위하여 국고를 낭비했기 때문이다.

또한 적어도 연예인 응원단이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다면 이 정도로 비난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예인들은 베이징올림픽 기간 내내 고급 호텔에서 숙식하면서도, 정작 현지에서 티켓 구매에 실패하며 제대로 된 응원을 몇 번 다니지도 못했고 웃돈으로 암표를 구매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몇몇 연예인들은 아예 원래 목적인 응원은 뒷전으로 하고 가족들을 동반하여 여행을 다니는가 하면, 간식비·스파비·통신비 같이 개인적인 비용까지 모두 국고로 충당한 것이 국정감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이러고도 연예인응원단이 '순수한 의도', '자발적인 참여' 따위를 감히 언급할 자격이 있을까.

베이징올림픽 직후 응원단에 참가했던 일부 연예인들의 미니홈피에는, 현지에서 쇼핑과 개인관광을 즐겼던 사진을 버젓이 올려 성난 여론의 분노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어느 연예인은 '참 즐거운 여행이었다.'며 친절하게(?) 소감까지 곁들었다.

무개념도 이 정도면 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공짜와 협찬에 길들여진 연예인들의 이기주의적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반성없는 뻔뻔함이 더 큰 문제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오히려 연예인 응원단 파문이 확대된 직후, 이에 대응하는 관련자들의 무성의한 태도에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에서조차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었음에도 아직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변명 또는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최근 비난여론의 중심은 강병규에게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강병규 하나에게만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강병규의 '변명'도 문제지만, 응원단에 동참하여 혈세낭비에 공통의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도 뒷전에서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는 다른 연예인들의 의도된 침묵이 더 실망스럽다.

그들은 모두 철없는 세 살짜리 어린이가 아닌 성인들이다. 성인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그들은 수행원을 빙자하여 가족들을 공짜 여행에 참여시키고, 개인적인 비용까지 공금으로 충당할 만큼, '자기 것'은 끔찍하게 아낄 줄 알고 계산에도 빠른 '영악한 성인들'이다.

국민의 혈세로 단물을 빨아먹을 때는 별다른 고민 없이 동참했던 연예인들이 정작 책임을 묻는 상황이 되자, 모두 뒷전으로 물러나서 강병규에게만 모든 책임을 미루는 분위기다. 베이징올림픽 가족동반 논란에 대하여 "원래는 자비로 하려고 했는데, 강병규가 괜찮다고 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김용만의 변명은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드러난 것은, 일반 대중들의 정서와 연예인간 인식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연예인응원단 파문이 공론화되었을 당시,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 "내가 주도한 것이 아니니 내 책임이 아니다", "불법으로 돈을 쓴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 지원해준 것이니 문제없다" 같은 연예인들의 상황인식은, 처음부터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져있었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연예인들이, 이번 사태를 통하여 보여준 집단 이기주의나 자기만 아는 보신주의는, 오늘날 연예인 윤리의식의 실종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씁쓸함을 남긴다.

이제는 여론의 냄비근성에 기대어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이슈들로 이번 사태가 은근슬쩍 묻혀 지나길 바라는 듯하지만, 그 '기회주의적인 태도'가 오히려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음을 깨달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