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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미디어렙 도입 사실상 확정..파장 예고

강산21 2008. 10. 10. 19:03

민영 미디어렙 도입 사실상 확정..파장 예고

기사입력 2008-10-10 17:11
 
시기 확정않은 채 구체방안 내년 말까지 마련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정부가 지역.종교방송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0일 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방송광고 대행 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키로 하는 내용이 포함됨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일컬어지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각계의 반발과 논란을 우려, 시기를 별도로 확정치 않은채 내년말까지 도입시기와 방안 등을 포함한 정책안을 마련하겠다는 일정만 밝힌 상태다.

민영 미디어렙 설립은 그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거쳐 배분되던 방송광고가 시장경쟁 체제로 전환돼 방송사별로 광고를 수주하는 체제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방송광고 시장 뿐 아니라 전체 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보는 이들의 편차가 그만큼 심하다.

특히 종교방송, 특수방송 등 취약매체에 대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사전에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방송의 공익성을 주창해온 언론단체와 이들 군소 방송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원리' 방송에 도입 = 정부는 먼저 현행 코바코 체제가 시장 자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촉진 및 시장개방 대응 등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적절하게 대응치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바코가 지난 81년부터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를 독점함으로써 요금통제로 인해 방송광고 가치가 저평가되고 군소방송사 광고 끼워팔기가 이뤄지는 등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시장은 계속 마이너스 성장 추세를 유지하고 있어 방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송광고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도 정부가 보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의 근거로 꼽힌다.

현재 전체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39.6%에서 2007년 29.9%로 낮아지고 있다.

코바코 체제가 수십년간 지속돼 왔고 일부 공익성 유지에 기여한 측면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방송에 시장 경쟁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굽혀지지 않았다.

◇"군소방송 붕괴"..반발 예상 = 미디어렙 경쟁체제를 도입할 경우 코바코의 연계판매 중단으로 인해 광고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는 지역 및 종교 방송, 신문 등이 극심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흑자 상태인 29개 지역.종교.라디오 방송사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이미 지난달 11일 지역 MBC 19개사와 지역민방 9개사로 구성된 한국지역방송협의회와 CBS, 코바코 노조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연대 성명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종교방송 사장단의 대책회의, 언론 단체의 반대 성명 등 반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 종교방송은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지상파 3사의 독과점 심화로 방송의 다양성, 지역성 및 매체간 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나이영 CBS 노조위원장은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이 사라지면 시사나 다큐 등의 유익한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오락성과 선정성이 짙은 프로그램만 살아남게 된다"고 말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방송광고비의 인상에 따라 국민 부담과 기업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방송사와 광고주의 직거래를 통한 프로그램 통제도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방송시장 개편의지와 맞물려 = 당장 오는 16일 코바코 등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선 민영 미디어렙 신설 문제가 집중 제기되는 등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들어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신중론이 제기됐던 만큼 민영 미디어렙 문제는 복잡한 양상을 띌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방송시장 개편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코바코 독점체제인 방송광고대행 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현재의 `다공영 1민영' 체제의 방송시장을 `1공영 다민영' 체제로 바꾸는 등 방송개편 논의와 맞물려 있다. 이는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문제는 물론 일부 방송사에 공영방송이냐, 민영방송이냐는 선택을 종용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외국에선 지상파 방송사가 모두 국영 체제인 네덜란드가 유일하게 코바코와 유사한 공영 미디어렙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대부분은 복수 미디어렙 체제를 두고 있다.

도입 시기에 대한 논의를 미뤄둔채 현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방송광고 판매제도 변화에 따른 시장 효과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2월 연구결과를 검토한 다음 내년말까지 최종 정책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