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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강원도 정선 기차여행

강산21 2008. 9. 27. 18:07

Travel |강원도 정선 기차여행

기사입력 2008-09-27 13:54


●기차펜션 타고 은하수 건너 낭만 속으로

●여행 팁

기차펜션의 하루 이용료는 성수기 상관없이 7만원, 10만원. 레일바이크는 2인용(1만8000원), 4인용(2만6000원)두 가지로 50분 소요, 인터넷예약과 현장판매를 하지만 조기마감이 될 수 있어 서둘러야 한다. 정선5일장 열차는 매월 끝자리 2, 7일 장날에 맞춰 서울 청량리역(07:10분 출발)에서 정선역(12:06 도착)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

문의는 코레일투어 서비스 1544-7786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우~주 정거장에 별빛이 쏟아지네…/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긴 세월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추억과 낭만의 공간이었던 기차가 ‘우주를 달리는 은하철도’만큼 재밌어지고 있다.

당장 만화처럼 우주로 내달릴 순 없지만 추억과 낭만은 기본에 바다, 와인, 눈, 5일장 등 계절과 대상에 따라 풍성한 즐길 거리와 체험거리로 중무장한 채 변신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차 객실이 펜션이나, 특별한 모양의 카페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또 기적소리가 멈춘 폐철로 위로는 레일바이크가 달린다.

이것들은 한때 철길을 힘차게 달리다 퇴역한 객실이거나 지금도 운행되는 실제 기차들이다.

강원도 정선 구절리역은 기차 펜션을 비롯해 레일바이크, 풍경열차, 카페 등으로 재밌는 기차 테마파크로 각광받고 있다.

정선 구절리를 찾았다. 정선은 수도 없이 다녀온 곳이지만 기차를 테마로 찾아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차 펜션●

기차 안 달려도 낭만 물씬


구절리역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빨간색 기차가 눈에 띈다. 바로 기차는 달려야 제 맛이라는 생각을 단순에 날려버린 우리나라 최초의 기차펜션이다.

낡은 기차를 기관차 1량과 객차 4량을 총 10실(침대방, 온돌방)의 기차 펜션으로 꾸몄다. 객실 이름은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로 운치를 더한다.

기차를 개조해 꾸몄다고 우습게 생각한 마음은 방문을 여는 순간 사라진다. 제일 먼저 방 중앙에 자리한 더블 침대와 화려한 벽지가 눈을 사로잡는다.

또 32인치 LCD TV와 에어컨, 정수기, 미니 바, 욕실, 화장대도 갖추어져 있다. 새마을호에는 개인용 자쿠지도 있어 스파가 가능할 정도.

기차 펜션의 운치를 더해 주는 것 중 하나로 기차 외관과 이어진 나무로 만든 테라스를 빼놓을 수 없다.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테라스로 나오면 정선을 감싸고 있는 노추산의 웅장한 모습과 그 아래로 흐르는 송천의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 온돌방은 노란색 벽지에 전통적인 문양으로 만들어진 푹신한 방석이 잘 어울려 당장이라도 아랫목에 몸을 누이고 싶게 만든다.

이곳이 예전에 철로를 씽씽 달렸던 기차가 맞는지, 세월이 흘러 폐기차로 버려질뻔한 그 기차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달리지 않는 기차에서의 낭만적인 휴식을 즐겼다면 이젠 구절리역의 명물인 레일바이크를 타보자.

●레일 바이크●

페달 밟으면 절경이 한 눈에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하며 기찻길 위를 걸어 탑승장으로 향했다.

레일바이크가 운행되는 구절리역∼아우라지역(7.2㎞)은 예전에 탄광에서 캔 석탄을 나르던 철길이다. 그러나 석탄경기가 시들해지면서 1993년 기적이 끊겼다. 구절리역이 다시 개장한 것은 2005년 6월, 기차 대신 레일바이크가 기적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레일바이크에 올라 페달을 밟았다. 예상외로 쉽게 움직였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내리막길이란다.

구절리에서 아우라지를 잇는 구간은 강원도 심심산골을 지나 굴을 세 번, 다리를 네 번 건너야 하는 코스다.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자그마한 굴이 나온다. 굴을 빠져나와 속도가 붙으면 길 양편에 키가 훤칠한 낙우송들이 상쾌함을 전해준다. 이어 곧바로 낭떠러지를 잇는 다리 구간을 따라 송천의 물줄기가 함께 한다.

저 멀리서 두 번째 터널이 입을 벌리고 삼켜버릴 듯 다가오는가 싶더니 이내 터널 속으로 빨려든다.

원색의 조명과 서늘한 기운에 오싹함이 밀려온다. 그것도 잠시 귀신소리 내기, 비명 지르기 등 여행객들의 짓궂은 장난에 여름 무더위가 한순간에 달아난다.

레일바이크는 다시 다리로, 굴로 이어진다. 다리 힘에 자신하던 사람들도 조금씩 힘이 빠질 때쯤이면 아담한 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에서 사진을 찍던 한 가족은 “기차만 다니던 철길 위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라며 즐거워한다.

종착역을 앞두고 큰 다리를 하나 건넌다. 태백을 훑고 내려온 임계천과 구절리부터 따라온 송천, 이두 물이 만나는 아우라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어 종착지인 아우라지역에 들어선다.

돌아올 때는 증기기관차를 개조해 만든 ‘풍경열차’가 레일바이크를 끌고 구절리역으로 되돌아간다. 탑승객들도 풍경열차와 함께 탄다.

●정선 5일장●

웃음과 인심은 덤


정선 기차여행에서 ‘정선 5일장’을 빼먹을 순 없다. 매월 끝자리 2, 7일에 열리는 장날을 맞추면 분명 또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장터는 수많은 인파로 넘쳐났다. 장터 입구 공연장에는 각설이 타령이 신명나게 펼쳐지고 있다. 구수한 각설이의 입담에 장을 찾은 손님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이다.

공연장 옆으로 먹자골목이 이어진다.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메밀배추전, 콧등치기 등 이 지역 전통음식들이 입맛을 유혹한다.

메밀전병은 프라이팬에 메밀 반죽을 부어 전병을 만들고 그 자리에서 김치를 채썰어 넣고 말아 내는데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다.

뭐니뭐니해도 5일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산나물과 약초 등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 특히 곤드레 나물이 가장 인기 품목. 정선 사람들은 곤드레나물과 된장만 있어도 밥 한 공기는 뚝딱이라고 할 정도다. 그리고 인삼보다 좋아 아는 사람들만 산다는 ‘황귀’도 잘 팔린다.

장구경이 끝났다면 장터 부근 정선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정선아리랑 창극’도 챙겨보자. 특유의 사투리를 가미한 시대적 풍자와 해학에 관람객들은 울고 웃는다.

돌아서는 길,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에 뭍혀 한동안 마음속에서 사라져 있던 추억의 기적소리가 연신 가슴을 울린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nomy.co.kr)

▶여행정보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이용, 진부 IC를 나와 59번 국도를 타고 가다 나전삼거리에서 정선방향 42번 국도 이용해 아우라지대교 진입 전 좌회전해서 조금만 가면 구절리역이다.

●먹거리

곤드래나물밥이 유명하다. 정선읍에는 많은 집들이 곤드래밥을 하지만 그 중 싸릿골(033-562-4554)이 인심도 넉넉하고 맛있다. 특히 수도권으로 나가는 이라면 영월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주천면 섶다리 마을 다하누 촌에서는 1등급 이상 토종한우 맛을 볼 수 있다. 유통과정의 거품을 뺀 다하누 모둠(1인분 7000원, 150g), 생고기(8000원, 300g) 등을 싸게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