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현안

'봉하마을' 고발, 청와대의 노림수 있다!!!

강산21 2008. 7. 25. 17:38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국가기록원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 10명을 대통령기록물 불법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정 기간 기밀로 지정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을 들여다보기 위해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행 법으로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을 보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나 법정 공방이 진행되게 되면 원고와 피고측 주장의 진위를 밝힌다는 명목 아래 '지정기록물'에 대한 정보가 수사기관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렇게 '공개'된 정보가 청와대 등에 흘러들어가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탓에 '청와대 서버를 봉하마을에서 통째로 가져갔다', '기록물의 원본이 사라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서 시작된 청와대와 봉하마을 간의 진실 공방이, 애초부터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기록물 정보 공개' 노림수 속에서 치밀하게 전개된 시나리오 아니냐는 비판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을 현직 대통령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기록물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같은 의혹이 근거없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에 따르면 퇴임하는 대통령은 15년에서 최대 30년까지 공개하지 않는 지정기록물을 결정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분별하게 기록들을 없애는 것을 막고, 국가적·역사적 가치가 높은 대통령 기록물들을 보호·보존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이 지정기록물은 오직 기록물의 해당 대통령과 대통령기록관장에게 허가를 받은 기록관의 구성원에게만 열람권이 있을 뿐 현직 대통령조차 볼 수 없다. 국회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현재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825만6478건이며, 이중 약 37만건이 지정기록물에 해당한다.

 

  
13일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왼쪽 두번째)이 임상경 대통령기록관장, 국가기록원 관계자 2명 등과 함께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조사 후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황방열
봉하마을

'참여정부 청와대' 고발 배후는 '이명박 청와대'...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당시 비서관과 행정관 10명에 대한 이번 고발은 국가기록원이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현 청와대의 지휘아래 이뤄졌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라'고 밝힌 뒤 청와대는 이 문제에서 손을 뗐다"며 "기록원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국가기록원에서 하기로 하고 우리는 나서지 않기로 했으니까, 자꾸 코멘트가 청와대에서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관련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의 고발 보도자료 내용은 그동안 청와대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공무원은 형사소송법상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도록 돼 있으며, 대통령 기록물의 무단 유출 사실을 확인한 이상 고발하여야 한다"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고발 사유로 제시한 것이다.

 

실제 국가기록원의 한 관계자는 "봉하마을에 대한 기록물 반환 요구는 처음부터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장물을 반납했지만, 여전히 장물 일부가 남아있다면 그것은 인지 수사의 대상"이라고 말해,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고발 조치임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국가기록원의 고유업무에 왜 청와대가 앞장섰을까? 단순히 전 정권을 흠집내기 위한 고도의 정치공세 차원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국가기록원의 고발 보도자료를 보면 명확해진다. 국가기록원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내용이 ▲제2, 제3의 유출 여부 ▲추가 복제본 존재 여부 ▲반환된 기록물이 전체인지 여부 ▲이지원시스템에 존재하는 로그 기록 등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통해 자료의 "완전한 반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통령 기록물과 봉하마을에서 반환한 모든 기록물을 꼼꼼하게 대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기간 기밀로 지정된 기록물까지 들여다볼 경우 그 내용이 현 정권 쪽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정치보복'이라는 세간의 우려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고발 조치를 강행한 의도가 결국 전 정권의 기록물을 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정기록물 열람 가능하도록 법 개정 추진

 

실제 현 정권은 전 정권의 기록물을 열람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중 지정한 비공개 기록물을 현직 대통령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기록물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는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37만여건의 자료를 비공개 기록물로 지정한데 이어 그 목록까지 비공개로 지정하는 등 이중잠금 장치를 해놓은 상태"라며 "비공개 기록물의 목록조차 볼 수 없도록 한 것은 정부의 연속성을 저해해 국가적 손실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도 '봉하마을에서는 기밀문서의 접근이 가능한데 현 정부는 접근조차 안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대통령 기록물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일이며,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김정훈 의원의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면 노 전 대통령 시절 생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정무직 공무원 인사파일, 대북관련 문서 및 국방부 기밀서류 등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동의나 법원의 영장 없이 열람할 수 있게 된다.

 

"보복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어떤 대통령이 기록 남기려 하겠는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거나, 보복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해왔다. 국가기록원의 한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떤 대통령이 자신의 기록을 남기려 하겠느냐"며 "법 취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래전부터 기록물 관리를 철저히 해온 미국이 지정기록물에 대해선 수십 년동안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거나 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의 기록을 합법적으로 보려면 현행 법을 고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입법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없고, 제도의 취지에도 역행할 뿐 아니라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그런 기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검찰 수사나 기록원에서 확인하는 과정 등에서 열람권이 없는 사람들이 지정기록물을 보거나 무단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라며 "특히 이 자료가 잘못 유출돼서 국익에 저해가 되거나 또는 그 자료를 임의로 거두절미해서 왜곡해 활용하는 등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