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아고라를 도배하는 '극소수누리꾼'들은 한나라지지자

강산21 2008. 6. 27. 17:59
아고라를 도배하는 '극소수누리꾼'들은 한나라지지자
소수지배가 불가능한 토론광장...추천과 점수제가 ‘정화조’ 역할
입력 :2008-06-27 15:19:00  
[데일리서프 하승주 기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른바 조중동 보수신문은 물론 우익보수세력들은 이번 촛불집회의 주요한 배후로 MBC의 PD수첩과, 인터넷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를 꼽고 있다.

그래서인지 연일 펼쳐지는 조선일보 등 조중동의 총공격은 이 두가지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격은 대개의 경우 '헛발질'로 결론나는 경우가 많은데, 27일 조선일보의 아고라 실태조사도 대표적인 케이스.

[관련기사] 조선일보 '아고라'보도 어떻게 했나

조선일보는 인터넷 시장조사기관 메트릭스의 분석결과를 인용하면서, 지난 4월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글(댓글 제외)을 분석한 결과, 게재 글 수 순위로 상위 10명(ID 기준)이 무려 2만1810건의 글을 써왔다고 보도했다.

1위는 3170개의 글을 올렸으며, 10위도 1561개의 글을 썼고 상위 10명이 한 명당 하루 평균 20~40개의 글을 올린 셈이다.

지난 4월부터 광우병 위험성 논란이 벌어졌던 아고라에는 4월부터 광우병 위험성 논란이 벌어졌던 아고라의 게시물 실태를 분석하고, 게재글 순위 상위 10명이 무려 2만 1810건의 글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조사한 이유는 소수가 아고라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서다.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이 분석결과를 놓고, “광우병 위험성 논란과 관련, 인터넷 게시판이 소수의 네티즌에 의해 채워진다는 심증은 제기돼 왔으나, 정량(定量)적 수치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인터넷상의 여론이 극소수 네티즌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라고 분석했다.

소수의 열혈 누리꾼에 의해 다수 의견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아고라가 국민여론을 대표하지 못하며,아고라의 여론에 따라 광화문으로 촛불집회를 하는 사람들도 소수의견에 따르는 사람일뿐이며, 이 모든 것은 우익작가 이문열이 부르짖었던대로 디지털 포퓰리즘의 결과라는 게 조선일보가 표현하고 싶었던 메시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량적 분석은 맞았지만 조선일보가 이 기사에서 내린 결론은 사실과 거리가 있어도 아주 많이 있었다는 것이 누리꾼들에 의해 적발됐다.

조선일보의 지적대로 자기논리만 강요하면서 전체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소수 3%의 아이디 가운데 다수가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용자들이란 사실을 분석을 통해 밝혀냈기 때문이다.

아고라의 누리꾼들은 "엄청난 글을 양산하고 있는 열혈누리꾼들의 아이디는 아고라에서 다 분석이 끝난 상황이다. 한명이 1만 6천건을 올린 사례도 있다. 누구이겠는가? 아주 낯익은 아이디들"이라고 말하면서, 이들은 모두 정부쪽 입장을 강하게 반영하는 이용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바로 대개는 “한나라당 알바”라고 불리우기도 하고, 가장 많은 도배글을 양산하는, 조선일보에서 표현했던 소수라는 것.
▲ 아고라인들이 분석한 이른바 '알바'리스트. 무려 1만 6천건의 글을 등록한 이용자도 있다. ⓒ아고라 게시판 펌 


비록 수십명 단위의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이들은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촛불집회를 반대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옹호하고, 2만여건의 글을 올리면서 ‘고군분투’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촛불집회가 골수반미세력의 해방구란 여론을 만드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최근 인터넷 게시판은 소수의 네티즌이 주도한 '분위기'에 따라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 소수가 고군분투하면서 하루에 40건씩 게시판을 도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은 그 반대로 흘러왔다.

이들이 수만건을 도배해도 여론을 장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추천제 때문이다.

한개의 글에 대해 아고라 ID 한개당 한번씩 추천할 수 있는 이 제도로 인해 소수의 도배글이 아고라를 분탕질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추천하는 것이 쌓이면 좋은 글과 나쁜 글이 자동적으로 구분이 되기 때문이다.

추천을 많이 받은 글은 곧 '추천 베스트'로 뽑혀 많을 때는 수십만명이 이 글을 보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거꾸로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극소수가 수만개의 글을 도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인도 되고 있다. 추천에서 밀리니까 양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극소수가 토론을 지배”하고자 하였으나, 누리꾼들은 극소수의 극성스러운 ‘도배행각’에 맞서 현명하게 자기 주관을 세워나간 살아 있는 케이스가 바로 이번 조선일보의 “다음 아고라 게재글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잘 분석해놓고 결론을 거꾸로 내는 바람에 또다시 '망신' 당할 위기에 빠진 셈이다. 누리꾼들이 주장하는 '조선일보 왜곡리스트'에 하나더 추가된 셈이라고나 할까.

이 기사를 소개한 마이클럽의 누리꾼들은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르고 일단 까고 보는 그대는 조.중.동~”, “기자가 알고 쓴거 아닐까요? 엑스맨 기자?”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