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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이야기

강산21 2005. 3. 14. 00:15

우리 어머니이야기

제가 학생일때 저희어머니는 한번도 학교에 찾아 오신적이없었습니다.
어떤분은 제가 학교에서 말썽을피우지 않았기때문이라고도 하시겠지만...
(물론 맞는 말입니다만..)  
저희 어머니는 제 졸업식때 조차도 오시지않았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제가 오지 못하게 했었습니다. 창피했기 때문이죠...

저희 어머니는 정육점에서장사를 하십니다.  
그래서 돼지냄새, 피냄새 같은 것들이 어머니의 몸에서 아주많이 납니다.
아들인 저조차도 그것을 느끼고 싫어할정도니 남들은 어떨까해서...  
그래서 ..  창피했습니다..
어머니 몸에서 나는 냄새들이 창피했고, 5평짜리 정육점에서일하는
어머니의 직업이 창피했고,그러면서 졸업식에 와서 제사진을 찍어주겠다고웃으며 좋아하시는 어머니도 창피했습니다.
그래서저는 졸업식에 어머니를 오시지 못하게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웃으시며 "하긴...  너도이제 다컷으니... 그럼 그렇게할까..?"라고 물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호한 어조로 "네,그럼요" 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그리고졸업식날..   부모님이 오지 않은 애들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모두들 회사에 급한일이 있다느니, 집에서 파티를 준비하고있다느니 거창한 이유들로 인해서 였습니다.
역시 그런 아이들중 하나가 저한테 다가와 물었습니다.
"야, 너희 부모님은 왜않오셨냐?"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할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작은목소리로 우물거리며 얼버무린후에 혼자서 집으로 돌아와 버렸죠. 

그제서야 저도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아닌, 내가 오지 못하게할정도로 창피한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억울함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그날 저녁에도 어머니는 어김없이 10시쯤 장사를마치고 돌아오셨습니다.
졸업기념으로 나에게 해주려고 가져온듯한 소갈비를 바구니에 한가득 넣어서말이죠..  
하지만 저에게있어서 그것은 그저 냄새나는 덩어리일 뿐이었습니다.

그 특별한날 저녁에도 저는 어머니에게 냄새가 난다며 짜증을부리고,
여느때처럼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러니?" 라며 살짝 웃음 지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엄마학교안가서 서운하진 않았니?" 라고 물으시더니. "엄마가 미안하다..." 라며 덛붙이며 촉촉해진 눈을 옷깃으로 쓱 닦으셨습니다...  

그것은 제가 처음으로 본 어머니의 눈물, 창피하고 냄새나는,그누구의 어머니도 아닌, 바로 제 어머니의눈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의 눈물이자, 제가 한없이 사랑하는 사람의눈물이었습니다.

저는 몰랐나 봅니다.
세상 모든사람들이 나를 버린다 해도 나를 버리지 않을 단 한사람,
그리고세살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 해도 나라는 이유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단 한사람..
바로 내 어머니라는것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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