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혈세 495억, ‘노무현 타운’의 진실은?

강산21 2008. 3. 11. 13:42
[이슈&비평]① 혈세 495억, ‘노무현 타운’의 진실은?

<인터뷰> 선진규(노무현 대통령 귀향 준비위원회 위원장) : “대통령으로 갔다가 임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오는데에 대해서 대환영입니다.”

<인터뷰> 조용효(봉하마을 이장) : “노무현 궁이라든지, 오면 그게 아닌데… 너무 호화롭다고 쓰고.”

<인터뷰> 제경록(김해시의원) : “마치 대통령이 마지막 선물이라고 해서 하는 것처럼 이렇게 보도가 되는데, 저희로서는 용납할 수 없죠.”

<앵커 멘트>

이제 이틀 뒤면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앞서 보신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귀향을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봉하마을 보도의 진실, 정홍규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리포트>

<질문 1>

정기자,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게 꽤 오래된 거 같아요.

<답변 1>

봉하마을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해 9월 주간조선의 보도에서부터 였습니다.

이른바 ‘노무현 타운’이라는 말도 그 때 등장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들이 대규모 땅을 사들였다는 보도였습니다.

지난해 9월, 주간조선은 ‘봉하마을 노무현타운 6배로 커졌다’는 기사를 커버 스토리로 보도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취임 무렵부터 노 대통령 사저 주변 땅을 잇따라 사들여 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부부가 사저 옆 6개 필지를, 부산상고 동문 강모 씨가 노 대통령 생가 터 3개 필지를 각각 구입했습니다.

또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측근인 정모 씨가 사저 뒤쪽 산자락 2개 필지를 샀고 대통령 경호실이 3개 필지를 사들여 사저를 둘러싼 인근 14개 필지가 노 대통령 측근의 땅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노무현 타운’이 생겼다고 비판했습니다.

“노 대통령 집터까지 합하면 모두 1만 평의 노무현 타운이 생기는 것이다. 지방에서 소탈하게 사는 전직 대통령 모습을 떠올렸던 국민들은 1만 평이나 되는 노무현 타운이 등장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청와대 측은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즉각 반박했습니다.

<녹취> 천호선(청와대 대변인) : “거기에 무슨 불법. 부정이 있나…노 대통령 개인 소유의 땅이 문제가 될 정도로 큰 땅이거나 비싼 것도 아니다. 각각의 땅의 매입동기가 불투명하거나 상식 범위에서 이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의 해명은 주간조선 다음 호에 한 페이지에 걸쳐 실렸습니다.

청와대의 반론을 받아들인 셈입니다.

7천 평 가까이 되는 사저 뒤편 임야의 주인인 정 모 씨는 대통령과 안면도 없는 사람으로, 귀향 발표 전에 투자 차원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대통령 생가 터는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창인 강모 씨가 생가 복원을 염두에 두고 구입한 것이고, 대통령 경호실 소유 토지는 경호대기동 신축을 위해 법에 따라 구입한 것으로 소유자들이 각기 다른 동기와 목적에 따라 취득한 것이라는 해명이었습니다.

애초에 매입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간 조선은 마치 큰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보도했던 셈입니다.

<질문 2>

정 기자, 그렇군요…근데 또 문제가 됐던게, 노 대통령이 살게될 집 문제 아니었습니까?

정기자도 현장에 가보셨죠?

<답변 2>

네, 다녀왔습니다.

- 근데 어떻던가요, 그렇게 호화롭고 하던가요?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의 건물인데요. 호화 사저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습니다.

- 그럼 주로 언론이 문제 삼은 부분이 집의 규모 이런거였던거군요.

네. 언론들은 노 대통령의 사저 부지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대라며 노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비판은 사저 뒷산에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웰빙숲이 조성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더욱 확산됐습니다.

“사저 부지 역대 대통령 중 최대, DJ 동교동 집의 7배 넘어”

주간조선이 대통령 사저에 대해 보도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주간조선의 보도가 나가자 다른 언론들도 잇따라 전임 대통령들과 사저 규모를 비교한 기사를 실어 호화 사저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종부세를 빗대 사저 규모를 비판한 사설까지 나왔습니다.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을 겨냥해 부동산 보유를 억제한다며 세금폭탄을 퍼붓고 투기와 무관한 선량한 시민까지 싸잡아 몰아세우던 그가 전임자 사저의 몇 배나 되는 저택을 지어 퇴임에 대비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규모가 아니라 땅값을 확인해 본 결과 사정은 달랐습니다.

노 대통령 사저 규모의 1/5에 불과하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터의 개별공시지가는 15억 원으로, 노 대통령 사저 터 구입 가격 1억 9천만 원의 7배가 넘었습니다.

시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면적만으로 ‘호화판 사저’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논란은 사저 뒷편의 봉화산을 웰빙숲으로 개발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확산됐습니다.

‘봉하마을 대통령 숲에 나랏돈 30억’, ‘봉하마을에 노무현 정원 만드나’와 같은 제목으로 마치 웰빙숲 조성이 대통령 개인을 위한 특혜성 사업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보면 봉화산 웰빙숲 조성은 대통령이 귀향 결정을 하기도 전인 ‘2005년부터 김해시가 산림청에 요청한 사업’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또한 봉화산 웰빙숲 같은 산림경영 모델숲으로 선정돼 예산이 지원된 곳은 지난 2005년부터 전국적으로 20곳이 넘습니다.

더구나 산림청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사업을 1차 신청한 지자체는 모두 5곳으로, 이 가운데 이미 지원을 받은 담양과 사업비의 절반을 부담하지 못한 순창을 제외하고는 사업을 신청한 모든 지자체가 선정됐습니다.

결국 뒷산 개발은 김해시가 요청해 정상적으로 진행된 사업인데도 신문들은 마치 노대통령의 정원을 개발하는 것처럼 왜곡해서 보도한 셈입니다.

<질문 3>

그러니까 이른바 웰빙 숲 개발 사업이라는 것이 대단한 특혜가 아니고 사실상 신청만 하면 다 되는 사업이었군요, 그런 내용을 보도한 언론은 있었습니까?

<답변 3>

물론 없었습니다.

신문들은 봉하 마을을 둘러싼 정상적인 사업도 모두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특혜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을 뿐입니다.

이런 언론의 보도 태도는 심지어 봉하마을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김해시의 각종 사업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수십억 원이라던 봉하마을 관련 예산이 눈덩이처럼 계속 커져서 나중에는 490억 원이 넘는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지난 1월 21일 김해시는 봉화산 일원 관광자원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시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생가 복원을 포함해 봉하마을 일대 10개 사업에 시도 예산 75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이 사업을 처음으로 제안한 건 한나라당 소속 김해시의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제경록(김해시의원/한나라당 소속) : “평일엔 대통령 생가 방문객들이 3백 명 정도, 일요일 공휴일엔 6백 명 정도 옵니다. 그분들이 오셔서 생가만 구경하다보니까 그냥 스쳐갑니다. 주위에 자원을 활용하면 묵어가는 관광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뒤 예산 규모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제각각이었습니다.

동아와 경향, 서울신문은 봉하마을에 모두 75억 원이 투입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조선과 중앙, 문화일보는 봉하마을 단장에 165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다르게 보도했습니다.

봉화산 웰빙숲 조성사업 예산 30억 원과 봉하마을로부터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화포천 생태환경 복원 사업비 60억 원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경상남도와 김해시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화포천 복원 사업 또한 노무현 대통령 귀향과 상관 없이 오는 10월 창원에서 열리는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자체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라는 것입니다.

<녹취> 경상남도 환경정책과 관계자 : “(대통령 귀향과 관련이 있나요?) 전혀 없습니다. 람사르 총회 개최해서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인데, 생태관광벨트를 형성하게 될 것이고 화포천도 들어 있는 사업입니다.”

당초 75억이라고 보도했던 동아일보도. 다음날 사설에서는 사업 규모를 165억 원으로 부풀리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사저 주변에 측근들을 위한 연립주택까지 지어 노무현 노사모 타운이 조성되는 데 대해서도 여론이 부정적인데 마을 전체를 아예 노무현 성지로 만들 모양이다.”

그런데 같은 날 동아일보에는 액수가 다시 세 배 가까이 늘어난 또 다른 기사가 실렸습니다.

김해시 진영시민문화센터 건립 예산 255억 원을 포함시켜 봉하마을 관련 예산이 모두 450억 원이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기사 가운데는 ‘김해시가 3년 전부터 건의한 문화시설이지만 대통령의 배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현지에 소문났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실렸습니다.

그러자 닷새 뒤 조선일보도 ‘봉하마을 일대에 세금 460억 쏟아붇는다’는 기사를 1면과 3면에 실었습니다.

이 기사에는 진영공설운동장 개보수 예산 40억 원이 봉하마을 관련 예산으로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시민문화센터 건립 예정 터와 공설운동장은 봉하마을과 각각 3킬로미터와 4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사업의 성격상 노무현 대통령 귀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게 김해시 측의 입장입니다.

<인터뷰> 제경록(김해시의원/한나라당 소속) : “저희들은 최근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서운하죠. 좀 역차별 받은 경향도 있는데… 시의 중장기적 계획으로 추진해 온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마치 대통령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해서 하는 것처럼 이렇게 보도가 되는데 저희로서는 용납할 수 없죠.”

그러나 봉하마을 관련 예산 규모는 갈수록 커졌습니다.

지난 4일 동아일보 보도에서는 495억 원까지 부풀려졌습니다.

법에 근거해 짓고 있는 대통령 경호.경비 시설 예산 35억 원까지 포함된 것입니다.

‘노무현 캐슬’이라는 제목의 문화일보 칼럼은 비판이라기보다는 악의적인 비난에 가까웠습니다.

“ 노무현의 눈과 발이 닿을 활동 공간이거나 마을 사람들에게 인심 한번 쓸거라면 모조리 찾아내 혈세를 발라놓고 있다. ‘대통령 노무현’으로 세상의 권세를 누릴만큼 누렸음에도 영영 채워지지는 않는 인간적 욕심의 경계없는 팽창성을 느낀다.”

결국 최초에 70억 원대 규모였던 사업에 나중에는 주변 지역의 모든 사업까지 덧붙여지면서 눈덩이처럼 부풀려 495억 원으로 커진 것입니다.

<질문 4>

그러니까 처음에 75억원에서 시작해서 이 사업 저 사업 다붙이다 보니까 결국 495억원으로 그렇게 늘어난거군요.

그러니까 김해시에서 하는 모든 개발 사업은 노무현과 관련 있다, 이렇게 보도된 것이군요.

<답변 4>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 개인 돈이 들어간 사저와 경호동 신축을 제외한 모든 사업이 경상남도나 김해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입니다.

그 예산의 상당 부분도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경남도지사와 김해시장은 모두 현재 야당인 한나라당 소속 아닙니까?

때문에 봉하마을 일대 사업에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는 설득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질문 5>

정기자, 그리고 언론들이 이 같은 비판적 보도를 하면서 봉하마을에 대한 자신들의 비판보도에 따라 감사에 들어갔다는 이런 보도도 있었어요.

<답변 5>

네, 감사원이 ‘봉하마을에 대한 수백억 원의 예산 투입에 대해 감사에 들어갔다’, ‘새 정부도 특별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사들은 모두 오보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지난달 30일 동아일보는 감사원이 봉하마을 주변 490억 예산 투입에 대해 감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

습니다.

이번 감사가 동아일보 등의 언론 보도에 따라 예정에 없이 이뤄진 것이라는 자화자찬식 설명도 덧붙여졌습니다.

같은 날 문화일보와 다음 날 조선일보도 동아일보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 감사원 감사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오보라면서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김해시에 대한 감사는 전국 54개 시.군.구의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결산 감사의 일환으로, ‘봉하마을 주변 490억 예산 투입’은 감사 대상도 아니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감사원이 특감 사실을 부인한 닷새 뒤, 이번에는 새 정부가 봉하마을에 대해 특감을 검토하고 있다고 조선일보와 한국경제가 보도했습니다.

두 기사 모두 취재원은 이명박 당선자 측 관계자였습니다.

한국경제는 특히 ‘특감 실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인수위 측 입장을 취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해당 기사는 사실과 다르고 인수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노무현 타운에 커다란 특혜라도 있는 것처럼 보도하다 보니 감사원 감사까지 끌어들이면서 오보를 한 셈입니다.

하지만 해당 신문들은 정정보도를 하진 않았습니다.

<질문 6>

정기자, 지적한대로 사실과 다른 보도가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그래도 어쨌든 최고 권력자 아닙니까?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닙니까?

<답변 6>

네, 그렇습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그 비판은 신중하면서도 공정해야 할텐데요, 우리 언론이 과연 그런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연말 한 신문에 국회 예산안 심의 관련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추가된 사업 가운데 특정 지역 관련 사업이 두 건이나 눈에 띕니다.

포항-삼척 간 철도 사업에 3백억 원, 포항야구장 개.보수에 30억 원의 예산이 신설된 것입니다.

포항은 이명박 당선자의 고향으로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킨 시점은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였습니다.

그러나 김해시의 사업이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비난해 온 어느 언론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에 예산안에 없던 330억 원짜리 포항지역 사업이 추가로 배정되었다, 이런거군요.

만약에 포항이 아니라 김해나 봉하마을이었다면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했을지, 상당히 궁금하네요.

정기자 수고했습니다.


[정치]
입력시간 : 2008.02.24 (11:08) / 수정시간 : 2008.02.25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