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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빵집 오븐 확인하기

강산21 2007. 11. 19. 15:57

단골 빵집 오븐 확인하기

한겨레21|기사입력 2007-11-13 08:08 


[한겨레]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baseahn@korea.com

전문가 3명이 TV에 출연했다. 일본의 TV다. 사회자가 질문했다. “식품 가운데 가장 먹기 싫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한 가지씩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전문가가 차례로 답변했다. “첨가물로 만든 라면 수프입니다.” “농약 잔류가 의심되는 마멀레이드입니다.” “‘석면 오븐’으로 구운 빵입니다.” 첫 번째 답변자는 첨가물 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아베 쓰카사, 두 번째는 환경운동가이자 농약 문제 전문가인 고와카 준이치, 세 번째는 유명 식품 저널리스트 군지 가즈오다. 라면 수프와 마멀레이드를 든 이유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터다. 그런데 ‘석면 오븐’이란 무엇이고, 그 빵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잠시 이번엔 국내 뉴스를 살펴보자. 올해 초 언론들은 일제히 이런 뉴스를 다뤘다.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석면이 검출됐다. 총 17개 역사였다. 2호선이 가장 많았다. 특히 방배역에서는 천장 도포제의 석면 함유량이 15%에 달했다.” 한편 한 언론은 최근, 일본 석면대책회의 덴묘 요시오미 대표의 발언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석면 문제는 아시아 공통의 화두입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석면 사용이 금지돼 있죠. 그러나 아시아에선 아직도 널리 사용되고 있어요. 일·한 양국이 제휴해서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석면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섬유질의 광물성 규산염을 총칭한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방음·절연·내진 등의 효과가 탁월해 건축 소재로 각광받아왔다. 그런데 이 소재에는 단열 기능까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빵을 굽는 오븐에 사용해보니 단열재로서 안성맞춤이었다. 이것이 ‘석면 오븐’이다.

문제는 석면이 발암물질이라는 사실. 미국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 겁나는 소재가 오븐 속에서 조용히 있을 리가 없다. 빵을 굽는 온도는 보통 200℃ 안팎. 뜨겁게 달궈진 오븐 내부는 석면 입자들의 ‘축제장’으로 보면 된다. 그것들 중 일부는 기꺼이 빵 표면으로도 내려앉을 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오븐 내부의 석면 입자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경우다. 머리카락 굵기의 5천분의 1에 불과한 미세 가닥들은 제멋대로 제빵실 안을 날아다닐 것이다. 그 가닥들이 작업자의 폐에 꽂히는 순간, 그들 몸에는 ‘시한폭탄’이 장착되는 셈이다. 짧게는 15년 길게는 50년 뒤, 그곳에서는 중피종 또는 폐암이라는 무서운 ‘폭탄’이 터질 수 있다. 이 사실은 석면을 더 일찍 사용하기 시작한 일본이 증명해주고 있다. 2005년 11월29일치 <아사히신문>의 기사 한 토막을 보자. “50년 이상 경력의 제빵기술자(68)가 숨졌다. 사인은 악성 중피종. 유족들은 오븐의 내부와 개폐부에 단열재로 사용한 석면 때문이라며,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엔 오븐에 석면을 거의 쓰지 않는다. 유해성이 널리 알려져서다. 문제는 종전에 만들어졌던 오븐들이다. 일본에서는 2005년 상반기까지 오븐에 석면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다. 우리 회사에서 쓰고 있는 오븐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또 내가 빵 애호가라면 단골 빵집의 오븐이 어떤 것인지도 알아봐야 한다. 홈베이커리를 즐기는 이는 가정의 오븐도 확인해야 함은 물론이다. 석면 오븐이라면 당장 바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