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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둥글게’ 유시민 “할머니, 멧돼지 약속 지킬게요”

강산21 2007. 8. 30. 17:35
‘둥글게’ 유시민 “할머니, 멧돼지 약속 지킬게요”
동화형식 선거홍보물 공개…‘생활공약’ 이어 ‘감성정치’ 시동
입력 :2007-08-30 14:33:00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일성 기자] “미안합니다. 많이 미안합니다” “내 탓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탓입니다.”

‘트러블메이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낮추고 더 낮췄다. 경쟁 후보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당선 축하난’을 보내고, 28일 정책토론회에서도 특유의 ‘논쟁적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자세를 한껏 낮추며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 행보도 부쩍 늘었다.

▲ 유시민 전 장관이 29일 서정적 동화 형식으로 만든 선거홍보물을 공개했다. ⓒ 유시민 의원실 
29일 공개한 선거홍보물은 아예 ‘반성문’으로 시작했다. 후보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히고 경쟁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여느 홍보물과 달리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얼굴 대신 일러스트를 이용해 제작했다. ‘꼭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제목도 달았다.

과거 ‘독설’에 대한 반성,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 ‘봉사의 길’, 대선 출마를 통해 ‘더 큰 길을 가려 하는 이유’, 유 전 장관이 그리는 국가발전 전략 등 정치 입문 후 그간의 행보를 서정적 동화처럼 풀어냈다.

홍보물 말미에 유 전 장관은 “그렇게 제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제가 당신을 섬길 수 있게 해 주시겠습니까? 제 프로포즈를 받아주시겠습니까?”라며 감성을 자극했다.

유 전 장관측은 “전체적으로 겸손한 모드를 유지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삼갔다”며 “어떤 마음가짐, 어떤 보살핌과 섬김을 줄 것인가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허동준 공보특보는 “이번 경선이 정책의 차별성이 아니라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되면 국민들이 굉장히 짜증스러워할 뿐 아니라 (범여권이) 본선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특보는 “우리가 가지고 가는 가치는 포용, 화합, 통합, 흡수 ‘둥글게’ 유시민”이라며 “한나라당과의 정책적 차별을 강조하는 가운데 국민 감동 경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 <느낌표> ‘멧돼지 소탕…약속동영상’ 화제

‘멧돼지 소탕 공약’의 배경인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약속동영상’도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튀는 공약’ ‘이색 공약’으로 논란이 된 ‘공수부대 동원, 멧돼지 소탕’은 장관 재임 시절 출연한 ‘느낌표-산넘고 물건너’에서 한 노인으로부터 받은 민원.

유 전 장관을 ‘보건소장’으로 잘못 알고 있는 전북 무주군의 윤순분 할머니는 “밤새 깡통을 두드리며 멧돼지를 쫓느라 한숨도 잠을 못잔다”고 호소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서울에 올라가면 높은 사람에게 건의해서 멧돼지 제거 대책을 확실하게 세우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멧돼지 소탕 공약’의 배경인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약속동영상’도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 ‘판도라TV’화면 캡쳐 
지난해 10월 14일 방송된 ‘200회 특집’으로 동영상 사이트인 ‘판도라TV’에 소개돼 누리꾼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참 따뜻한 사람이다”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댓글이 쇄도하고 있고 29일 현재 조회수도 53만을 넘어섰다.

지난 26일 제주 4·3 평화공원 방문에 부인 한경혜씨를 대동해 적극 언론에 노출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경혜 씨는 <제주의소리>와 인터뷰를 갖고 ‘남편 유시민 품평’을 풀어내기도 했다.

제주출신이며 ‘수학박사’인 한 씨는 “남편은 2남 4녀를 둔 가정에 태어나 ‘여성적’인 감수성이 풍부한 반면 오히려 저는 4남 2녀 중 다섯 번째로 ‘남성적’인 스타일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가정환경에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아들 딸을 차별없이 똑같이 대하는 풍토에서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몸이 밴 것 같다”고 말했다.

‘첫인상’에 대해서는 “당시 학생 유시민은 서클 친구의 오빠였다. 당시 서울대 대의원 의장으로 멀리서만 봤다”며 “마르지 않은 체격에 다소 건장해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남편은 다소 이념적으로 경도된 이들과는 달랐다”며 “좀 더 현실적이고 균형 감각이 있는 면을 갖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유 전 장관의 ‘감성 호소’는 29일 민주신당 첫 유세인 대구시당 개편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유 전 장관은 축사에서 “제가 좀 까칠했다. 싸움도 많이 했다”며 과거를 반성한 뒤 특유의 입담으로 ‘며느리론’을 꺼냈다.

그는 “시집살이 하는 며느리같이 원래 고부싸움이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맞는 것 같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가 옳은 것 같은데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이 온 동네 다니면서 ‘우리 며느리 못됐다’ 하면 저는 부엌에 쳐 박혀 많이 울었다”며 “한번 키워 달라. 물건 될 거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판을 흔들 수 있는 후보,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후보’ 구호에서 더 자세를 낮춘 것이다.

“그 하나 있는 거 키워주면 안되나. 그래 밟아야 하나”

1인2표로 시행되는 ‘컷오프’에서 유 전 장관은 사실상 ‘제2투표’에서 가장 불리한 상황.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쪽의 ‘후보단일화’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안희정 참평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의 이 전 총리 지지 발언에 이어 심우재 전 노사모대표, 윤선희 전 청년중앙위원, 김창덕 전 참여정치실천연대 집행위원 등 범여권 개혁청년그룹 133명도 지지를 선언했다. 참평포럼은 최근 ‘친노 후보 단일화’를 두고 심도 깊은 토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유 전 장관은 “서울서 기자들 사이 도는 소문을 보니 어느 후보님인지 몰라도 배제 투표해서 유시민은 경선 컷오프에서 탈락 시킨다는 소문이 돈다고 한다”며 “여러분도 소문 들었나. 그 하나 있는 거 키워주면 안되나. 그래 밟아야 하나”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민주신당 후보 시켜 달라. 25% 아닌 50% 갖고 오겠다”고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당원 동지 여러분 후보 안 만들어주셔도 원망하지 않겠다. 대구경북 지역의 당원동지들이 명하시면 제가 태어난 곳에서 경주에서 출마하든 제가 자란 대구 수성갑에서 출마하든 후보 안 만들어주시고 그거 하라 하면 내년에 와서라도 하겠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유 전 장관의 ‘달라진 행보’는 지지자들에게도 공감대를 얻지 못한 듯. 28일 토론회가 끝난 후 캠프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예전 유 전 장관의 강점을 살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대통령에 나선 자의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며 ‘변신 행보’를 이어갈 태세다. 유 전 장관은 과거의 딱지를 떼기 위한 ‘성장통’을 치르는 것으로 보인다. ‘트러블 메이커’ ‘노무현 대통령의 경호실장’ 꼬리표를 떼고 ‘국민의 정치인’으로 ‘더 큰 정치’의 포문을 열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된다.
출처 : 참여시민네트워크
글쓴이 : 김성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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