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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노트

강산21 2001. 9. 24. 01:05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엄마의 노트

오늘도 엄마는 드라마를 보고 계신다. 엄마의 머리속엔 3개 방송국의 모든 드라마의 줄거리가 가득히담겨져 있다. 그래서 항상 채널권을 가지고 우리는 싸움을 했다.
나: 엄마! 지금 스포츠 뉴스한다. 딴데 보자...
엄마: 지금저 여자가 불륜이 발각되는 중요한 대목이야...
기다려....(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 엄마! 지금 안 보면 야구소식 다지나간다.
지금 빨리 채널 돌리야 된다....(채널 돌린다)
엄마: 이 놈의 씨끼...... 지금이 중요한 대목인데...
(머리를 때리며 채널을 돌린다)

나와 엄마 사이는 항상 이렇다. 매일 치고 때리고 그런 사이다. 나는 가끔 엄마를 엄마로부르지 않는다.

나: 아줌마! 학교 갔다 왔소....
엄마: 그래.... 밥 먹어라.....
위의 대화를 보면이상하게 느낄것이다.

엄마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의 폭력도 없이 대화가 이루어지는지.......
나는 오랫동안 엄마를 아줌마라 세뇌시켜 이제는 엄마도 당연한 듯 받아드린다.
솔직히 난 엄마에게 높임말이나 간지러운말(사랑해)같은 것을 못한다.

예전에 중학교때 일이다. 우리반 친구를 등교길에서 만났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안녕'
이라며인사를 했다.. 내가 부산에 살아서 조금 무뚝뚝한 것일까? 너무나 그 말이 간지러웠다.

한 번은 그 친구집에 가게 되었는데 그친군 엄마를 부를때 어머니라 부르는 것을 보았다.
이상했다. 뭔가 막힌듯한 느낌!!! 그리곤 친구의 어머니는 친구에게 어깨좀 주무르라고그러신다 솔직히 나에겐 충격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할수가 있을까? 쑥스럽지도 않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엄마를 사랑하고존경하지만 난 표현하지 못한다. 내가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거라면 아줌마라고 부르는 장난끼 섞인 목소리고 엄마를 놀리는 그런 일이었다. 난우리 엄마에게 별명까지 만들어서 부른다.
" 아줌마 자는 모습이 두꺼비네 두꺼비....푸하하하하.......
엄마 앞으로는 두꺼비아줌마다...푸하하"
매형과 싸우고 우리집에 와 있는 우리 3째 누나왈
" 와.. 진짜다.. 엄마 두꺼비 같다"
엄마는화를 내셨지만 그냥 웃으며 넘기신다.

우리식구들은 항상 그런식이다. 낯간지러운 행동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를 상대로 장난치는 것이 우리는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우리 식구들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친척이나 엄마의 친구분이 오시면 언제나 우린예의를 갖춘다. 밖에서도 예의 바르다고 말은 들어보았어도 버릇없는 자식들이라곤 들어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우리들의 장난을이해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너무나 착하다... 아마 법이 없어도 살수 있을 그런 분이다. 우리 4남매는 엄마에겐 한번도 맞아본 기억이없다.

물론 욕 또한 안 하신다. 울 엄마를 아시는 분이라면 울엄마가 얼마나 신용있고 착한 사람인지 알고 있을것이다.

울 엄마는 6.25가 터졌을때 국민학교를 다니고 계셨다. 당시에 인천에 사셨기 때문에 피난을 왔고 5남매중 장녀였다. 한번씩엄마의 옛이야기를 들어볼때가 있는데 정말로 많은 고생을 하신것 같다. 가족은 많고 먹을것은 없고.. 국민학교를 졸업하신뒤 바로 취직을 해서 일을했다고 한다.

나는 가끔씩 그런 말을 하는 엄마에게 옛날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냐고 말을 하지만 나 역시 엄마의어린시절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국민학교만 다녀서 엄마는 영어를 전혀 모르신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영어는 현대인의 필수라며영어공부를 해야 한다고 가끔씩 엄마에게 면박을 주곤 했었다. 사실 내년이면 60세가 되시는 엄마에게 영어공부를 하라고 그런 것은 무리다. 요즘은눈이 조금씩 어두워져서 바늘의 실을 꿸때면 항상 나에게 그 일을 시키신다.
그런 엄마에게 내가 영어공부를 하라고 면박을 준 것은 무리가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늦은 저녁이었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집에 새벽 1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너무 늦었다 싶어내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거실에 엄마가 주무시고 계신다. 그리고 엄마 옆에는 한개의 공책이 있다.
'영어노트'라고 쓰여진 공책속에는 엄마의 필체로 된 영어의 알파벳 대문자가 큼직히 쓰여져 있는 것이었다. 갑짜기 눈물이 글썽거렸다.

내가 장난삼아 엄마에게 면박을 주었던 것이 엄마에게 어느 정도의 상처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야심한 밤에 침침한눈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계신것이다.

엄마도 상처를 받는구나!!! 항상 그렇게 장난을 쳐서 그냥 장난으로 넘기실줄 알았는데.
너무나 죄송했다.

나오려던 눈물을 참고 나는 엄마의 공책에 이렇게 썼다.

< 엄마! 열심히 하세요..파이팅!! - 아들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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