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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뽑기속으로 빠져봅시다

강산21 2006. 6. 3. 19:32
추억의 뽑기속으로 빠져봅시다
[국정브리핑 2006-06-03 18:35]
요즘 우리 집 주변에는 활짝 핀 빨간 장미꽃들이 만발해 있다. 장미꽃에 흠뻑 빠져 걷고 있었다. 대낮에는 한 여름처럼 더위를 느끼게 한다. 바람결에 날아드는 장미 향기에 절로 취한다.

저만치에서 커다란 파라솔 아래에서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 앞에서는 남자 어른이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

뽑기 앞에 서 있는 남자어른.

'이렇게 더운 날씨에 저기엔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는 건가?'하곤 걸음을 재촉했다. 그 곳에 가까이 가니깐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온 아이, 보드를 끌러놓은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놀이보다 뽑기가 더 좋았나 보다. 아이들은 뽑기에 푹 빠져서 더위도 잊은 듯했다. 잠시 지켜보고 있으려니 아이들은 뽑고 뽑고 또 뽑는다. 뽑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몰려든 아이들.

그렇게 몇 개 뽑기를 성공하면 커다란 설탕빵이 보너스로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지켜보는 동안에 설탕빵을 보너스로 탄 아이는 없었다. 그만큼 뽑기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나도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뽑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뽑기만들기 시작.

뽑기.

뽑기.

뽑기

난 조심스럽게 뽑기 아줌마에게 "아줌마 사진 찍어도 될까요?" 물었다.
아줌마는 "찍어도 되는데 내 얼굴만 안 나오게 찍으면 돼요.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나도 모르게 저만치서 몰래 사진을 찍었는데 내 얼굴이 나온 거예요. 아는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사진 잘 나왔다고 난리가 났잖아. 난 창피해 죽을 뻔했어요"했다. 그 아줌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손만 나오게 찍은 사진들 몇 장을 보여줬다. 처음부터 난 손만 나오게 찍었던 것이다. 그제야 아줌마는 "얼마든지 찍어요"한다.

그곳의 아이들은 "아줌마는 이 사진 찍어서 뭐하시게요?"
"인터넷신문에 올리려고."
"그럼 아줌마 기자예요?"
"진짜 기자는 아니고 시민기자야."
"시민기자요?"
"응~."

아줌마가 뽑기를 만드는 솜씨는 대단했다. 설탕을 넣고 소다를 넣고 모양을 찍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일분도 안 되는 것 같았다.

모양도 여러가지였다. 난 아줌마가 마음대로 모양을 정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난리가 난다고 한다. 아줌마가 "요즘 아이들이 어떤데요. 내 마음대로 찍어 주었다가는 다시 해줘야 해요. 여기 이 아래 보세요"하면서 아래에 있던 찍는 기구들을 몇 개 꺼내서 위에 올려놔 준다.

모양도 여러가지.

가격이 궁금했다. "뽑기 한 번 하는 데는 얼마예요?" "큰 것은 300원 작은 것은 200원이에요."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정말 고마웠다.

한 아이가 바늘을 가지고 아주 조심스럽게 작업을 시작했다. 그 작업을 할 땐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그런 아이의 표정을 보니 어렴풋이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이 뽑기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처럼 살기가 좋은 시절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재수가 엄청 좋은 날인 것이다.

신중하게 뽑기를 하는 아이.

어쩌다 엄마한테 어렵사리 1환(그때 잠깐 환단위로 썼었다)을 받아가지고 뽑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성공한 기억은 별로 없다. 어쩌다 성공을 하면 뽑기를 한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다닐 때 이렇게 하는 것이 감질이 나서 내가 집에서 국자로 뽑기를 만들어 주었던 기억도 난다.

이 뽑기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설탕의 양은 조금 더 넣거나 덜 넣거나 그런 대로 괜찮다쳐도, 소다를 조금 많이 넣으면 쓰고 조금 덜 넣으면 잘 부풀어 오르지를 않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좋아라 했다. 그런 뽑기가 아직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정말 반가웠다. 이상한 일이다. 불량식품은 맛이 좋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을 유혹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뽑기 아줌마가 "애들아 학원갈 시간 다 됐다. 이젠 그만하고 어서 일어나라." "네~." 아이들이 아쉬운 대답을 하면서 마지 못해 일어난다.

한 아이가 뽑기를 잘 자르는 데 성공을 했다. 하지만 하나 성공했다고 해서 보너스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그 후로도 그 아이는 몇 개를 더 뽑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아이도 일어났다. 나도 일어났다. 다른 물건이라면 나도 한 가지 사가지고 올 텐데. 뽑기만은 자신이 없었다. 다음에는 시원한 냉커피를 타 가지고 아줌마한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다.

뽑기 성공!

아참! 한가한 시간이 수요일이라고 했다. 그때 냉커피를 타 가지고 가서 아줌마와 한 잔씩 마시면서 천천히 뽑기도 한 번 해봐야겠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그러니깐 40년도 넘은 추억을 되새기면서.  

국정넷포터 정현순(jhs337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