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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 한국으로 무대 옮겨와

강산21 2006. 1. 21. 17:39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뉴욕을 배경으로 해 현대적으로 각색한 뮤지컬 ‘렌트’가 13일부터 26일까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된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국내엔 2년 간격으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지만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의 내한공연은 처음이다. 브로드웨이팀 월트투어 팀이 중국, 싱가포르, 홍콩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 아시아 공연이 끝난 후 하반기에는 유럽으로 무대를 옮길 예정이다.

푸치니의 원작에서 19세기 말 파리 뒷골목에서 폐결핵을 앓던 미미는 1세기 후 맨해튼에서 약물중독에 에이즈를 앓고 있는 댄서가 됐다. 시인 로돌포는 음악가 로저로 변했고, 화가 마르첼로와 철학자 코르리네, 음악가 쇼나르 등 로돌포의 친구도 영화와 쇼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마크, 로저 등으로 다시 태어났다. 애틋한 사랑과 진한 우정의 축은 원작과 같지만 원작에서 미미가 폐결핵으로 로돌포의 품에 안겨 죽는 원작의 슬픈 결말은 죽었던 미미가 환생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영화배우와 가수로 활동하는 홍콩의 스타

  막문위 가 미미로 나서 더 눈길을 끈다. 막문위는 ‘타락천사’ 등의 영화로 익숙한 얼굴이다. 에이즈 환자이자 약물중독 댄서 연기를 더 실감나게 소화하기 위해 지난 연말 베이징 공연을 앞두고 홍콩에 있는 마약치료소를 한 달 동안 찾은 그는 1주일 동안 에이즈 환자와 한 집에서 머물며 생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렌트’는 1996년 토니상 작품상, 음악상 등 4개 부문과 드라마 데스크상, 퓰리처상 등을 휩쓸었다. 초연 당시 미미의 패션이 유행했고 극장 앞은 티켓을 구하려는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역동적으로 표현해낸 이 작품이 한국으로 무대를 그대로 옮겨와 원작의 생생한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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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오리지널 뮤지컬 '렌트'‥잿빛 뉴욕 희망의 아리아

뮤지컬에선 고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명작으로 환생시키는 경우가 있다.'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비롯됐고, '미스 사이공'은 '나비 부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알면서도 신선한 것이 이런 뮤지컬들의 매력이다.

내한 공연 중인 '렌트'도 그런 경우다. 원작이 바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기 때문이다. '그대의 찬 손''무제타의 왈츠' 등 주옥같은 아리아로 유명한 '라 보엠'은 190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렌트'는 이야기의 배경을 현대 뉴욕의 빈민가로 탈바꿈시켰다. 옛날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우리 주변의 생생한 스토리로 변신시킨 것이 미적 상승작용을 가져와 '대박'을 기록한 셈이다.

물론 '렌트'의 성공은 '단순한 각색'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 뮤지컬에는 원작 못지않은 예술성과 실험성이 존재한다. '라 보엠'에서 젊은 예술가를 괴롭혔던 것이 결핵과 배고픔이었다면 '렌트'에는 마약과 에이즈,대도시의 물질만능주의가 등장한다.

현대 미국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가감 없이 투영함으로써 이색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 됐지만 그래서 더욱 생생하고 절실할 수밖에 없는 무대가 됐다. 이 같은 생동감은 중장년층이 주를 이루는 미국 공연가에서는 드물게 젊은 관객층으로부터도 선풍적인 지지를 얻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제작자의 단명도 빼놓을 수 없는 화젯거리다. 음악과 연출을 맡았던 조너선 라슨은 '렌트'의 초연 전날 서른 살 나이에 '급성대동맥혈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의 가난한 젊은 예술가였던 라슨의 요절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작품 내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말하는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이라는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낸 대표적 사례가 됐다. 올해는 그의 사망 10주기가 되는 해여서 의미가 더욱 깊다.

특히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버전을 직접 꾸몄던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원작 그대로의' 무대라 반갑다. 주인공 로저역 제레미 커시니어의 연기와 가창력도 감동적이지만,떠나간 동성 애인을 목 놓아 부르는 콜린스역의 다릴 브라운이 들려주는 블루스 창법은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추운 겨울,잿빛 도시 안에 사는 현대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오는 26일까지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공연된다.



원종원(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01/18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