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144 [따뜻한글] 약혼녀의 영전에 바친 금메달

강산21 2005. 9. 5. 10:26
 

약혼녀의 영전에 바친 금메달


2005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두 명의 육상 스타가 우승직후 각각 백혈병 투병 중인 아버지와 훈련중 숨진 약혼녀를 떠올리고 눈물을 쏟아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로린 윌리엄스(22·미국)는 9일 새벽(한국시간) 끝난 여자 100m 결승에서 10초93의 기록으로 피니시라인을 가장 먼저 끊은 직후 자신의 우승을 실감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키가 157cm에 불과해 스프린터로는 단신의 핸디캡을 안고 있던 윌리엄스는 스타트 직전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를 뚫고 맹렬히 달렸지만 2위 베로니카 캠벨(10초95)을 100분의 2초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한 게 누군지 몰랐던 것.


두리번거리다 전광판을 보고서야 자신의 우승을 확인한 윌리엄스는 껑충껑충 뛰며 즐거워했지만 이내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 윌리엄스의 아버지는 무려 16년간이나 백혈병을 앓고 있다.


윌리엄스는 “나의 금메달이 힘겹게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있는 아버지께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 1만?V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케네니사 베켈레(22·에디오피아)는 우승직후 “금메달을 알렘 테칼레의 영전에 바친다”고 말했다. 테칼레는 베켈레의 약혼녀로 지난 1월 훈련 도중 쓰러져 숨진 세계주니어 여자 1500m 챔피언.


지난해 ‘올해의 육상선수’ 남자 부문 수상자인 베켈레는 400m 트랙을 25바퀴 도는 최장거리 레이스에서 27분08초33에 결승선을 통과해 팀 동료 실레시 시히네(에티오피아,27분08초87)와 모세스 모솝(케냐,27분08초96)을 따돌렸다. 1만m와 50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베켈레는 아테네올림픽 우승과 세계크로스컨트리선수권 4연패,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해 장거리의 절대강자임을 재확인했다.


베켈레는 그러나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건 기쁜 일이지만 올들어 개인적으로 큰 슬픔을 겪었기에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며 “한때 육상을 그만두려고까지 했었다”고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