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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에 대한 맹목적인 성역화를 경계한다"

강산21 2005. 8. 9. 17:44
“황우석 교수에 대한 맹목적인 성역화를 경계한다”
박병상 풀꽃세상 대표 <환경과 생명> 2005 가을호서 주장

입력 :2005-08-08 09:14 김세옥 (okokida@dailyseop.com)기자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배아줄기 세포 연구가 생명윤리 문제는 물론 난치병 환자의 고통을 경감하기엔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국가경쟁력까지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내달 발간을 앞둔 <환경과 생명> 2005 가을호(통권45호)에서 박병상 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생물학 박사)는 ‘황우석 생명공학의 신화와 그 위험성’이라는 글을 통해 최근 난치병 치료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환경보전 등 질병예방을 위한 선(先)투자와 초기 배아를 죽이지 않아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한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실질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박병상 대표는 “최근 지구촌의 시민들은 환경을 파괴하거나 아동을 착취하는 자본과 그런 자본이 구사하는 ‘정의에 반하는 비윤리적 기술로 만든 제품’에 대한 교역을 거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보다 영악한 자본주의 국가들이 왜 배아복제 영역에 투자를 삼가는지,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적극적인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윤리의 벽을 넘지 못한 배아복제연구가 결국 국가경쟁력 확보에 암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생명공학자가 작성한 이론만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배아복제”

배아복제를 둘러싸고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생명윤리 논란과 관련해 박병상 대표는 “배아로 줄기세포를 유도하려는 생명공학자들은 수정 후 14일 이전의 배아는 단순한 ‘세포덩어리’라고 애써 강조하지만, 그 기준이 되는 ‘전일성’ 형성 시기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정 후 14일 지난 수정란은 한 명의 아기로 태어날 수 있는 이른바 ‘전일성’이 생겨 세포를 떼어낼 경우 대개 그 단계에서 죽고 말지만, 그 이전의 배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세포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배아복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이다.

박병상 대표는 “그러나 과학계 일각에선 전일성이 분열 초기부터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배아를 연구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생명공학자들이 전일성을 편의적으로 들먹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병상 대표는 기술적 한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자가 작성한 이론만으로 배아복제가 이미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버렸다고 우려한다.

박 대표는 “암세포처럼 쉬지 않고 분열하는 배아줄기세포는 언제나 200여 가지 세포조직으로 분화할 능력이 열려있으며, 일단 특정 세포조직으로 분화한 뒤에도 주위 환경에 따라 엉뚱한 세포조직으로 다시 변할 가능성이 계속 열려있다”며 “그 과정에서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이 현저하다고 하니 이를 절대로 임상에 적용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심장조직으로 분화한 줄기세포가 체내로 이식된 이후 암세포로의 변화를 진행한다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얘기다.

박 대표는 “(배아복제) 연구자들은 인력과 장비, 연구비가 확대 지원될 경우 안전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싶겠지만 아직 희망사할 일 뿐 가능성도 점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배아줄기세포로 불치병과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재 분명한 허구”라고 꼬집었다.

박병상 대표는 상황이 이러한 데 관련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가 불가능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 대표는 “배아줄기세포가 어디로 어떻게 분화할지 모르는, 소위 ‘럭비공 현상’을 잡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밑도 끝도 없는 희망사항을 미끼로 인간 배아복제 연구비는 거듭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배아줄기세포의 안전과 안정성 연구는 잔여배아로 유도해 은행에 존치하고 있는 기존의 줄기세포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출되는 막대한 연구비의 대부분이 세금임에도 정부가 알아서 연구 비밀을 보장하기 때문에 시민사회는 감시는커녕 사후 검증도 할 수 없다”며 “바야흐로 연구 자체가 목적이 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속 없이 찬란한 ‘연구 산업’시대의 도래를 납세자들까지 마냥 기뻐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물었다.

“만능은 아니지만 성체줄기세포가 좀 더 안정적”

박병상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에 줄기세포은행을 설립할 것이라는 보도가 언론들의 톱기사로 나왔고, 이에 발맞춰 황우석 교수는 '우리나라가 불치병과 난치병을 치료하는 메카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며 “그러나 성체줄기세포라면 모를까 배아줄기세포는 아직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럭비공 현상을 잡지 못하는 이상 배아줄기세포은행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박병상 대표는 “태아 이후의 몸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매우 안정적”이라며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를 체외로 추출, 특정 세포조직으로 분화시킬 경우 럭비공 현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배우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분화되는 세포의 절대량이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작고 아직 분화되지 않은 세포조직이 있다고 지적하지만, 성체줄기세포가 임상에 적용할 정도로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상 대표는 그러나 성체줄기세포 역시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병상 대표는 “환자 나이가 많을 경우 피로도가 높아 성체줄기세포의 효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많고, 세포분열이 어느 이상 진행되면 성체줄기세포도 암세포로 바뀌는 현상 역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하지만 최근 제대혈에서 추출한, 면역학적 관용의 폭이 넓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며 “환자의 체세포가 아니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은행에 다양한 성체줄기세포들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환자와 조직형질이 일치하는 성체줄기세포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는 성체줄기세포에 제공되는 연구비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비해서도, 외국의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의 의료기술력이 높은 국가들이 성체줄기세포연구비를 실로 막대하게 제공하는 까닭은 임상 적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돈 되는 특허출원에 눈이 어둡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며 생명공학 연구에 무조건적으로 박수를 보낼 수 없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박 대표는 또 “연구목적보다는 의료목적으로 적출된 난자가 줄기세포로 전용되는 현실에서 여성의 몸이 걱정”이라며 배아복제 연구로 여성의 몸이 도구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박 대표는 “안전과 안정성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난치병, 불치병의 메카부터 운운하는 모습을 보니 불안하기 그지없다”며 “자칫 비윤리적 메카로 손가락질 받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불치병, 난치병 예방을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박병상 대표는 황우석 교수가 배아줄기세포로 치료하겠다는 불치병과 난치병의 대부분이 유전병이거나 퇴행성질환이라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표는 “유전병을 제외한 암, 당뇨병, 치매와 같은 퇴행성질환은 대부분 나이 들어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노인들을 환자로 규정해야 옳을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농축된 대기와 수질오염물질, 독성물질로 오염된 농작물과 그 가공식품, 넘치는 방사성 물질, 질주하는 속도와 속도에 맞춘 업무량에 지쳐 쌓이는 스트레스, 그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약품들은 유전병을 비롯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각종 불치병과 난치병을 양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골절을 가장 많이 야기하는 교통이나 작업장 사고는 예방하기 비교적 쉬운데도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평화를 위장한 전쟁 역시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결국 치료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이 이 같은 난치병과 불치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 관련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주장이 젊은이들의 기존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방관하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안전과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배아줄기세포 치료의 환상을 심는 대신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좀 더 실질적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스럽게도 최근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지원이 활발한 국가들과 그곳의 학자들로부터 '성체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조작하니 원하는 세포조직으로 새롭게 분화하고, 이때의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환자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전과 안정성을 지닌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불치병과 난치병을 앓는 젊은 환자들에게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실질적 대안일 수 있지만 그보다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그 혜택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회정의와 복지 차원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불특정 젊은이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유전병의 경우 치료방법이 막막한 게 현실”이라며 “유전병이 만연할 정도로 오염된 우리 주변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성체줄기세포의 효능을 먼저 타진할 필요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산업화 이후 늘어난 돌연변이와 발암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여 유전병으로부터 안전하고 안정된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자 근본 대책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비판 없는 과학기술의 그림자, 안전할 수 있나”

박병상 대표는 자본력과 기술이 더욱 풍부한 선진국들이 왜 배아복제 영역에 대한 투자를 삼가는 지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황우석 교수팀의 개 복제 성공 소식을 접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 기금 지원을 확대하는 어떤 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박병상 대표는 선진국들이 배아복제 영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이유로 정의를 확보하지 못한, 다시 말해 윤리를 담보하지 못한 국가와의 교역을 거부하는 세계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들었다.

박 대표는 “최근 지구촌의 시민들은 환경을 파괴하거나 아동을 착취하는 자본과 그런 자본이 구사하는 기술로 만든 제품을 정의에 반하는 비윤리적인 것으로 판단, 교역을 거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 이외의 국가들이 그 추이에 긴장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박 대표는 “줄기세포보다 성체줄기세포에 적극적인 국제사회의 흐름이 무엇을 웅변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교역 상대국에서 비윤리로 낙인찍은 기술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병상 대표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해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전했다.

박 대표는 “황우석 교수가 ‘복제인간을 시도하는 자에게 사형을 언도해야 한다’며 자신의 연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지난 5월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 앞서 난자 기증자에게 ‘사망과 불임 가능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으며, 의료용을 연구용으로 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조용하기만 하다”며 “(배아복제 연구가) 윤리와 기술의 한계, 위화감을 조성하고 후손을 위해하는 과학기술이라는 걱정보다 우리를 당장 섬뜩하게 하는 것은 배아줄기세포와 황우석 교수에 대한 성역화”라고 지적했다.

박병상 대표는 “실리주의자들이 주장하듯 윤리는 과학기술의 변화에 맞게 적응해야 하는 들러리가 아니다”라며 “생명을 다루는 분야일수록 더욱 단단한 윤리기반 위에서 엄격히 다뤄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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