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아마 1967년쯤이었던가요
우리집은 인천에서 유명세를떨치던 큰부자였죠?
기억나네요 아폴로11호 달에가는날 텔레비젼이 우리집밖에
없어서 동네사람들 모두 우리집에모였셨죠
어머니는다라이에 한가득 수박화채를 만드셔서 동네사람들에게
주시고는 잔치집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셨던.....
그땐 참 행복했어요 그죠?
아버지 어머니 이제 제나이 벌써 40고개를 넘겨버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은 이젠 예전의 얼굴이 아니세요
허리는 휘시고걸음도 잘 못거시고 몸은 왜이리도 마르셨나요?
어느날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집에 들이닥쳤죠
빚쟁이...................
그들은 어머니 얼굴에 젖가락을 들이대곤 갖은 폭언과 협박을
하는것을 제눈으로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렇게 착하고 마음씨 좋은 어머니에게 그들이 그랬습니다
우리식구는 뿔뿔히 흩어졌어요
어머니는 서울로식모생활 떠나시고 큰누나는 서울 방직공장에
둘째누난 호텔종업원..
2평남짓한 작은공간에서 아버지와 막내누나 그리고 나와 살았죠
작은누나가 호텔에서 손님들이 먹다남은 음식을 가져온날은
우리집 잔치?였어요 아세요..........
어린이날이었죠
놀러가지못한 나는 성당놀이터에서 친구와 놀다 친구의 입에
상처를 준일..그날 그 아이의 엄마가 막내누나와 집에 있는데
찾아와서 실컷 야단맞고 누나와 붙잡고 울던일....
그리고 새볔에 삼륜차를 타고 빚쟁이를 피해 서울로 도망오던일
하하하 또기억납니다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생선좌판을 하실때 참 나는 우리집이
그렇게 가난한지 몰랐어요 점심때 놀러가면 엄마가 우동을 시켜
주시면 난 맛있게 먹고 "엄마는 왜안먹어"라고 물으면 엄난 늘
그렇게 대답했어요 "엄만 아까 먹었어 너나 많이먹어"라고..
새볔에 출발한 삼륜차는 오전쯤에 서울에 다달았어요
도착한 서울은 어린마음에도 용납하기 힘들었어요
월세 2천원짜리 단칸방무허가판자촌 생활이 시작된거죠
불도없어 호롱불을 키고..살림이라곤 상자하나..
엄만 술집여자들 빨래해주러 다니시다..매맞고쫒겨나서..
공사장에서 못뽑는일..그리고 밭에서 무뽑는일...
아버지는 시계케이스공장에서 페인트 칠하는일...
쌀이없어서뜨덕지로 연명하던 나날..
어느날 아버지가 공장에서 돌아오셔서 공부안했다고 저를 많이
때리셨죠 엄만 "걔가 공부했는데 말을 안한것뿐인데 왜 때리냐고...." 아버지는 그날 저를 데리고 뚝방길을 걸으셨어요
아버지는 우셨어요 왜 공부했다고 얘기안했냐고.....그리고는
시를 하나 읊어 주셨죠 "작은돌을 하나 연못에 던집니다 작은
물결이 저어갑니다 조금 큰돌을 던져봅니다 조금 더 큰물결이
저어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우리집에 어떤사람들이
망치와 도끼로 무장하고선 부수고있었죠..무허가판자촌...
그래요 무허가판자촌 정화한다고 구청에서 나온 사람들이었어요
우리는 거리로 쫒겨났어요
아버지어머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이제사 제가 아버지가되어보니 이제사 알겠어요..당신 마음을..
제가 중학교3학년때다리에 관절염이 걸려 걸을수 없게되었죠
엄만 저를 병원에 데려가실려고 돈 3천원 빌리러 수퍼아주머니
에게 갔었어요 어머니는 울면서나오셨죠...저도 울었어요
모르시죠? 저도 다 들었어요 엄마가 아주머니께 욕듣던 것을..
전요 그래서 가난이 싫었어요
지긋지긋해요 정말로....
그래서 다짐했어요 나에겐 더이상 가난은 없다고...
그래서 악착같이 살았어요
그래요그래서 지금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올랐어요
사장이라는 자리...큰 아파트...두아들...
그런데 왜 이리 허전하죠
제겐 효도해야할 대상이 없어졌으니....
아버지 제게도 조금만 양보해 주시면 안될까요?
제자리가 없어요 아버지.....
아버지의 완벽주의적인 성격...그 앞에서 저희 자식들이
움직일 공간이 없습니다
엄마가 폐암수술받으시고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그만두시고
벌써 20년간 아버지는 주변에 친구분들도 하나없이 오로지
엄마의 병간호에만 일생을 바치신듯 생활하셨죠
저희가엄마를 좀 모시고싶어도 아버지는 허락을 안하셨죠
엄마가 드시고 싶어하는 고기라도 해가면 아버지는 "엄마는
고기먹으면 몸이 더나빠지는데 왜사와"라며 저희들을 핀잔주시고 음식을 버리셨죠 그래서 저희들은 아버지를 미워하고
서로 남남처럼 그렇게........
아버지 제발 이젠 당신 인생을 조금만 저희들에게 양보해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시면 저희들 그 한을 어디가 풀라고....
이젠 우리들에게 당신들의 어깨를 기대세요
아버지의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느껴보고싶습니다
(다음 공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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