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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지 않게하며

강산21 2005. 4. 10. 21:28

남의 눈에 피눈물흘리지 않게하며

 

 재소자들이 살고 있는 감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내 스스로도 교도소 사역을 5년째하고 있지만 감방을 구경한 것은 영화등을 통해서가 전부였다. 그래서 언젠가는 재소자들이 살고 있는 방을 견학해 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양교도소가 장애인에게 더 좋은 시설을제공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새로운 소장님이 오시면서 변화가 된 것이지만 말이다. 낡은 건물을 통째로 뜯어서시설을 고칠 수는 없기에 기존에 있는 방에 경사로를 만들고, 장애인 변기를 설치하고, 통로까지 장애인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며,다음 교화행사 때는 집회를 조금 빨리 끝내고 견학하고 가시라는 소장님의 특별한 배려로 인해 재소자들이 살고 있는 방을 견학할 수 있게되었다.

안양 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교화 행사를 가면 언제나 정해진 시간과 틀에 맞춰서 진행을 한다. 우리의 뜻대로 되는 것이아니기에 교도소 측의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결국 재소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길이다. 정해진 규율에 의해 움직이는 재소자들이지만주어진 2시간의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려고 노력을 한다. 예배시간에 한마디의 말씀이라도 더 들으려고 집중하는 모습이며, 친교 시간엔서로가 배려를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5년 동안 매월 방문하여 함께 나눔의 시간을 갖은 것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감사할 뿐이다.수많은 장애인 재소자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 중에 몇 사람이라도 변화되어 다시는 푸른 죄수복을 입지 않기를 기도하며 준비를 한다.의식주는 정부에서 해결해주니 걱정 없다는 어느 재소자의 말을 듣고, 그거 말 된다고 웃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철렁 내려앉고 있음을 느낀다.세상에서 먹고살기 힘든데 그냥 교도소에 들어와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말로 들려서 말이다.

때로는 심하다싶을 정도로 매섭게 그들을혼내지만, 거의가 가족 같은 분위기로 교화행사는 진행된다. 그들에게 사랑 외에는 다른 교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미 파악했기에, 여러 가지아이디어를 동원하여 함께 시간을 나눈다. 준비해간 다과는 참석한 모두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교도소에서는 먹지 못하는 커피는 가장인기가 있다. 떡도 아주 반응이 좋다. 떡을 먹으려고 일부러 참석하는 재소자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을 떡신자라고도 부른다. 어째든 과일 음료,등 마련해간 다과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 문을 열어간다. 살기가 흐르던 눈이 변하여 온화하게 변하고, 거칠던 말투가 부드럽게 변하고, 저주와복수만 생각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다. 나 같은 장애인을 통하여 그들이 새롭게 변화되어가게 하는 도구로 사용해 주심이 얼마나 감사한지...

평소보다 10분 먼저 교화행사를 마쳤다. 장애인 재소자들이 살고 있는 방을견학하기 위함이다. 육중한 쇠창살이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긴 통로에 있는 방문들. 방문에도 쇠창살이 붙어 있다. 안에 들여다보니 사회에 있는장애인 시설보다는 뒤떨어지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여 장애인 편의 시설을 해 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던 장애인재소자들이 이제는 사람대접 받고 있는 것 같아 감사했다. 많이 밝아진 재소자들의 얼굴에서 요즘 교도소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구나...하는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교도소 시설이 좋아지고 인격적인 대접을 받는다 할지라도 재소자 신분으로는 가지 말아야 할 곳이교도소이다. 살아있는 동안에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지 않게 하며 살아가는 것도 멋진 삶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