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민주당, ‘조중동방송’에 잘 보이고 싶었나

강산21 2011. 10. 7. 01:52

민주당, ‘조중동방송’에 잘 보이고 싶었나

- 이러니 시민들이 민주당을 못믿는 것이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이 조중동방송의 직접 광고영업을 3년간 허용해 주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5일 미디어렙법안을 다룬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1공영(KBS·EBS) 다민영’과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3년 유예’ 안을 내놨다. 이날 한나라당이 ‘1공영(KBS·MBC·EBS) 1민영’, ‘종편 자율영업 원칙+3년 뒤 재논의’안을 내놓자, 이에 대한 ‘타협안’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내놓은 이른바 ‘타협안’을 접하며 분노 보다 허탈함이 앞선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적어도 3년 동안 조중동종편은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각각의 미디어렙을 끼고 광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런 미디어렙법을 만드는 것과 지금 상황을 방치하는 것 사이에 무슨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가?

 

그동안 우리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는 미디어렙법 제정의 큰 원칙을 수도 없이 강조해왔다. ‘방송의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편성 및 제작과 광고영업(판매)은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는 게 그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지상파와 똑같은 편성을 하는 종편이 편성·제작과 광고영업을 분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을 고집해 왔다. ‘친MB방송’ 조중동종편을 먹여 살리기 위한 특혜 중의 특혜를 주겠다는 속셈이다. 게다가 조중동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을 할 경우 방송광고시장의 과열 경쟁과 약탈적 광고수주로 방송 산업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조중동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을 3년까지는 허용하겠다고 하니, 미디어렙법안의 근본 취지를 무시하고 조중동종편이 안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타협안’이 아니라 조중동과 한나라당에 대한 굴복이다. 막상 조중동방송이 개국한다고 하니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었던 것인가?

 

‘1공영 다민영’ 부분도 문제다. 경쟁 체제와 렙의 수는 미디어렙법 제정 논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민주당 역시 ‘1공영 1민영’ 체제를 바람직한 안으로 제시해왔다. 물론 ‘1공영 1민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존재했지만 미디어렙의 수를 최소화하고, 취약 미디어 지원 등 미디어렙의 공적 책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우리 단체는 ‘1공영 1민영’ 체제에 MBC의 경우 미디어렙을 선택할 수 있는 안을 제시했다. 이는 조중동종편 출범으로 방송광고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사들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이런 안은 조중동종편의 미디어렙 의무 위탁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만약 민주당의 타협안대로 3년간 조중동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해준다면 MBC가 공·민영 중 어느 미디어렙에 속하느냐 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 없는 논쟁이 되어 버린다. 3년 동안 조중동종편이 방송광고시장을 어떻게 망가뜨릴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MBC를 어디에 넣을 것인가는 부차적 문제라는 얘기다.

결국 민주당은 MBC를 ‘1공영’에 포함시킨 한나라당 안에 반대한다는 것 외에는 미디어렙법 제정에서 견지해야 할 어떠한 원칙과 명분도 없는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 위탁이라는 핵심을 포기한 채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형국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민주당을 못 믿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조만간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미디어렙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에게 경고한다. 조중동방송의 먹고 살 길을 열어주는 이른바 ‘타협안’을 당장 철회하고 미디어렙 제정의 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하라.

지난 6월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한나라당과 수신료 인상안 ‘표결처리’를 합의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일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 조중동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여론다양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민들이다.

민주당이 조중동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하거나 유예하는 법 제정에 들러리 서는 순간, 시민들은 민주당에 대한 희망을 깨끗하게 접을 것이다. <끝>

 

 

2011년 10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