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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친노신당’ 관건은 유시민과 김두관

강산21 2009. 7. 16. 16:04

[커버스토리]‘친노신당’ 관건은 유시민과 김두관

2009 07/21   위클리경향 834호

두 사람 참여 여부가 성패 열쇠… 49재 이후 친노 의견수렴 본격화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남에 따라 친노(親盧)진영 일부 인사가 신당창당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상중(喪中)’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행보에 대해 침묵해왔지만 49재 이후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친노신당’ 창당작업에 본격 들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의 상주’를 자처해 온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친노진영 끌어안기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친노진영 인사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내심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들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내놓은 친노진영 인사들에 대한 유인책은 구미가 당기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차기 총선(2012년)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영입해서 내년에 시행되는 지방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로 내보내고, 문 전 실장이 당선되면 좋지만 당선되지 못해도 2012년 총선에서 당선권에 있는 비례대표 순번을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 전 실장은 현재 차기 부산 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 5석 정도를 영입인사들에게 할당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은 “49재 이후 친노진영 사람들과 소통 채널을 만들 것”이라며 “친노인사들과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서 (복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촛불집회 때부터 논의
‘친노신당’ 창당 논의는 사실 지난해 6월 촛불집회 때부터 친노그룹 일각에서 꾸준히 논의돼왔다.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민주당 등 기존 정치권은 촛불세력을 견인해 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국민의 직접 민주주의 욕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담아내느냐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아직 일반에게 공개가 되지 않았지만 친노진영에서 신당창당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은 ▲유시민 전 장관이 주도했던 개혁당 ▲17대 열린우리당 의원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참여한 자치분권연대 ▲유시민 전 장관의 팬클럽 ‘시민광장’ 등에서 일부가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광장’ 홈페이지에서는 회원들이 유시민 전 장관과 회원들의 신당참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민광장’ 박무 대표는 “‘시민광장’ 대표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신당창당에 참여하고 있다”며 “신당참여 문제는 회원들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홍 전 참정연 사무처장 등 창당파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전 날인 지난 5월 22일 속리산에서 워크숍을 갖고 신당 창당의 이념, 일정 등 창당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렸다. 이 자리에는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청와대 관계자 등 참여정부 시절 일부 핵심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음날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돌출변수를 만난다. 급작스런 비보를 접한 이들은 창당작업을 잠시 미룬채 봉하마을로 집결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비공개 회의를 갖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도 불구하고 신당창당 계획은 유효하며, 창당작업을 계속할 것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은 지난 6월9일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신당창당 추진을 위한 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창당준비모임 핵심인사 뿐 아니라 유시민 전 장관의 팬클럽인 ‘시민광장’ 일부 회원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 등 정치권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창당파 여의도에 사무실 마련
이들은 49재가 끝나고 7월 중 물밑에서 창당 작업을 마무리짓고 8월에 대국민제안 형태로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9~10월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며, 늦어도 연말 안에 신당을 정식으로 창당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역산해보면 후보 선출과정 등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당이 창당되면 최소한 1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11월 11일 열린우리당 창당대회에서 축하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경향신문>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이른바 ‘친노신당’에 누가 참여할 것이냐다. 창당을 준비하는 모임측도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해찬 전 총리는 신당에 대해 완강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시민·김두관 전 장관도 이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유시민·김두관 전 장관의 참여 여부가 신당의 1차적인 성패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 전 장관과 영남에서 상징성이 있는 김 전 장관의 ‘쌍두마차’가 신당을 이끈다면 신당은 전국정당으로서의 기본 면모를 갖추는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역할을 해온 유 전 장관은 1988년 초선의원이던 이해찬 전 총리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TV토론 진행자 등을 맡으며 탁월한 언변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노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맺으며 개혁당 대표·국회의원(재선)·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지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장관도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민선 남해군수 출신인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출범당시 기초단체장 출신으로는 최초로 행정자치부 장관에 올랐다. 지난 1995년 전국 최연소(37세)로 남해군수에 당선된 그는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권유로 입당해 경남에서 지역주의와 맞서 싸워왔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참정연 출신인 김형주·김태년 전 의원과 지난 대선에서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를 도왔던 김영춘 전 의원도 신당 창당관계자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참여의사를 타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노 전대통령을 지지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내년 지자체나 차기 총선에 출마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천호선·이호철 등 거취 관심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신당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부산출신 김영춘 전 의원은 “진보개혁진영은 원래 주장이 각각 달라서 분열하기 쉬우며, 그런 작은 차이로 인해서 대동단결해 신당으로 발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노진영은 아니지만 개혁성향의 김 전 의원은 “(신당에) 참여의사 타진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소기업위원장을 맡고있는 김태년 전 의원도 “최근 정국상황이 신당창당 시점은 아니다”며 “민주당도 변화가 필요하며, 민주당이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등과 함께 하자면 재창당에 버금가는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주 전 민주당의원은 “현재의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때보다는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며 “앞으로 친노진영에서는 민주당과의 관계를 놓고 구심력과 원심력이 동시에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이호철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전 청와대 인사들의 거취도 신당 창당의 관건이다. 만약 이들이 49재 이후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거쳐 집단적으로 거취를 결정한다면 적잖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49재 이후 민주당이 ▲새로운 국민의 참여흐름을 담아낼 수 있는가 ▲지역주의 극복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 ▲참여정부의 정책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를 놓고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천호선 전 대변인은 “우리 쪽에서는 민주당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모색하고 그런 방향으로 가자는 견해와, 지난 7년 동안 모든 것이 검증된 상황에서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견해가 함께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친노신당’ 이 창당되면 과거 개혁당과 열린우리당의 정당시스템을 대부분 차용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창당 당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정당, 전국정당화 지향, 당내 민주주의 확립 등을 모토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당비를 내는 기간당원을 중심으로 당원들끼리 당협위원장(지구당위원장)과 지방선거 후보자를 상향식으로 선출하고, 국회 의원 후보자도 일부지역에서는 경선을 통해 당원들이 결정토록 했다. 특히 신당은 오프라인 조직을 최소화하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조직을 활성화하며 공직 후보자 선출과정에서 모바일 투표 등 시민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 청와대 인사들 참여도 주목
하지만 정치권 인사들은 ‘친노신당’에 대해 부정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유훈정치’만으로 정당을 이끌기는 힘들 것”이라며 “설령 유시민 전 장관이 신당의 리더가 된다 해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텃밭인 영남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도권의 한 기초의원은 “신당이 탄생하면 영남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며 “그러면 수도권에서 야권의 표가 분산되고 민주당과 신당이 같이 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북 경주시 민주당 손영섭 지역위원장은 “영남지역에서 신당이 출현하는 것보다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민주세력들이 대연합해야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다”면서 “친노인사들이 민주당 간판을 걸고 대구 부산 등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신당 창당을 지지하고 나섰다. 정 교수는 “우리 정치에서 지역주의 극복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이 외연을 확대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당 밖에 있는 세력들의 노력을 통해 양쪽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신당문제 동지들 뜻 모아 고민해볼 것”


요즘 어떻게 지내나
“지난해 총선 이후 지역구(경남 남해·하동)에 계속 머물고 있다. 서울 생활은 모두 정리했다. 고향에서 독서 등 공부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하고 고향에서 마음을 비우려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지금은 당적이 없는 상태이고 지방자치연대를 같이 했던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늘 대중들하고 함께 해야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지방선거나 차기 총선에 다시 나올 생각인가
“현재로서는 2012년 차기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에는 농민, 서민층이 대다수인 이 지역에서 주민들이 나를 선택해주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또한 다음에 다시 나와서 당선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을 버리고 조건 좋은데 가서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동안 고향사람들하고 얘기도 많이 했고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독식을 깨뜨리기 위해 후보자들을 도울 것이다.”

최근 친노진영에서는 신당을 창당하려고 하고 있는데
“아직 정치세력화까지는 먼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팔아먹는다는 비판에 개의치 않고 영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동지들이 고민하는 것 같다. 정당개혁 등 우리 앞에 여러 과제들이 놓여있으니까 누구인가는 세력화해야 한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행복도시, 혁신도시 등 지방균형발전계획도 후퇴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 분열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거기서 힘을 보태자는 사람도 있다.”

신당의 간판으로 김 전 장관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은 기본적으로 인물보다는 가치나 정책중심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면면도 중요하다. 기존 정치인들 중에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나와 유시민 전 장관 등이 오르내리는 것 같다. 정치권 밖에 있는 박원순 변호사, 조국 교수 등 그런 분들이 같이 하면 괜찮을 것이다. 신당문제는 동지들의 뜻을 모아 고민해볼 것이다.”

일각에서는 궁극적으로 신당과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영남지역에서 신당이 한나라당과 경쟁체제에 들어가고 다시 신당, 민주당 등이 결합하고 한나라당과 당대당으로 경쟁하는 구도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을 지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지역에서는 민주개혁진영을 대표하는 당으로 보지 않는다. 호남당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는 경상도당(한나라당)이 있는데 왜 호남당을 찍는가라고 반문한다. 일부지만 한나라당을 ‘우리당 수준을 넘어 내 당’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지역패권주의가 밑바닥 정서에 깔려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영남에서 왜 그렇게 힘을 못쓰나
“노 전 대통령 서거정국으로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많이 올라 간 것은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을 탈당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에 의존한다. 이런 상태라면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조차 내기 쉽지 않다. 영남의 민주당 지역위원장들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정세균 대표가 제안한 민주개혁진영 대동단결론에 대해서는 어떻게보나
“민주당으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문제는 민주당이 얼마나 자유롭게 문호를 개방하고 형식과 내용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 경남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의 민주당은 지역위원장도 지역에서 결정하지 못하는 구조다. 정당민주화를 위해 민주당은 기득권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