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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시국선언에 MB정부 화답하나

강산21 2009. 6. 22. 18:22

종교계 시국선언에 MB정부 화답하나
"퇴진" 준엄한 경고에 "근원적 처방" 말만
2009년 06월 22일 (월) 김범기 기자 kbg@idomin.com
'시국선언'이 각계각층,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대ㆍ중앙대 교수로 시작된 시국선언은 21일 현재 참여 인원으로는 한국현대사 최대 규모다. 종교계도 대한불교 조계종 승려 1447명ㆍ한국천주교 사제 1178명ㆍ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목회자 1024명 등이 시국선언을 냈다. 종교계의 시국선언은 준엄하고 섬뜩하다.

미국에서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에 어떻게 화답할까.

◇종교계 '섬뜩한' 시국선언

   
 
 
조계종 승려 1447명은 지난 15일 '국민이 부처입니다'는 시국선언에서 "시대를 살아가는 수행자로서 한없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얼굴조차 가눌 수가 없습니다"며 "일찍이 부처님은 왕이 갖춰야 할 덕목을 설하시며 '남의 충고를 듣지 않고 자비심이 없고 포악하면 왕이 권위를 잃고 나라에 도적이 들끓게 된다(증일아함경)'고 했습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스님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며 비뚤어진 공권력에 의지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상·표현·집회·언론의 자유를 유린해 온 지난날을 깊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국가적 희망과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현 정부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경제위기를 이야기하며 국민의 손과 가슴에 밝혀진 촛불의 의미를 호도하는 권력은 이미 그 대표성을 상실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고 충고했다.

한국천주교 사제 1178명은 같은 날 "각종 이권과 특혜는 오로지 극소수 특권층에 집중시키고, 경제난국의 책임과 고통을 사회적 약자들의 어깨에만 얹음으로써, 극구 공생공락의 생명원칙을 파괴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묻고 싶다"며 "고작 자기들만의 행복을 영영세세 누리자고, 어렵사리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와 남북간 화해상생의 기조를 대수롭지 않게 파탄으로 몰고 가는 현실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고 혹평했다.

사제들은 특히 "작년 백만의 촛불을 광화문의 컨테이너로 가로막았고, 올해는 오백만의 국화행렬을 서울광장의 차벽으로 둘러치면서 대화와 소통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거듭 국민을 모독하는 불경이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줄기찬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헌법준수 의무를 저버릴 바에야 차라리 그 막중한 직무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옳다는 것이 우리 사제들의 입장이다"며 이 대통령 퇴진까지 언급했다.

   
 
 
개신교도 시국선언을 내고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를 비롯한 한국목회자 1024명은 지난 18일 시국선언을 내고 "국민의 피땀으로 세워진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온 겨레의 여망과 전 세계 양심의 기대와 축복 속에 어렵게 정착되어가던 한반도의 평화가 파탄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가 처참하게 이지러지고 있습니다.……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이명박 정권 2년이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기간, 우리 사회와 역사는 너무 심하게 망가지고 말았습니다"고 비판했다.

목회자들은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입만 열면 거짓말하고, 폭력적 공권력을 당연시하고,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후안무치한 정치세력이라는 것이 자명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위기의 본질은 현 정권이 단지 보수적이라거나 덜 개혁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회와 국가가 존립할 수 있는 기본적 사람됨의 도리, 최소한의 양식조차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라면서 "이명박 정권과 함께 기독교는 참으로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 부끄럽고 통탄스럽습니다"고 개탄했다.

◇MB정부, 시국선언 화답할까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19일 돌아왔다. 이 대통령은 15일 방미 직전 KBS라디오 연설에서 현 시국과 관련해 "지금 우리 안을 들여다보면 그 모습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민심은 여전히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는 끊임없이 되풀이됩니다.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쟁의 정치문화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고 현 시국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요즘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에는 대증요법보다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면서 근원적인 처방을 내놓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이때문에 이 대통령이 한국에 오면 각계각층, 국내외의 시국선언 발표 정국 등과 관련해 어떠한 근원적인 처방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다. 특히 불교ㆍ천주교ㆍ개신교 등 종교계가 발표한 시국선언은 이 대통령의 퇴진을 언급하는 등 그 내용이 섬뜩하리만치 준엄하고 강도가 셌다.

   
 
 
하지만, 현 정국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근원적인 처방을 내놓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는 그리고 청와대는 여러 의견을 정말 겸허하고 진지하게 경청하고 또 숙고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슨 변화나 변혁을 얘기할 때 제일 쉬운 방법이 사람 바꾸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그것을 넘는 고민을 하고 계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지난번 라디오연설에서 밝힌 근원적 처방이라는 화두"라면서 "당장 오늘 내일 제도를 바꾸거나 또 어떤 구체적 조치를 당장 내놓거나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화두로서 얘기한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은 내달 2일 2000명이 넘는 스님(주지)들이 양산 통도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며, 천주교 사제단은 내달 15일까지 한 달간 전국 각 성당에서 매일 민주주의의 회복과 생명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또 매주 교구를 돌며 우리 사회의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전국사제시국기도회를 열기로 하는 등 시국선언과 관련해 종교계의 실천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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