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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환경정책 1년 - 삽날에 녹색 칠한다고 친환경 되랴

강산21 2009. 3. 5. 10:04

삽날에 녹색 칠한다고 친환경 되랴
이명박 정부 환경정책 1년
정부,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구호
환경단체 “녹색세탁” “막개발 합리화” 비판
한겨레  김정수 기자
» 인천광역시 계양구 목상동 굴포천 일대에서 방수로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이곳에서 4㎞를 더 뚫으면 경인운하와 연결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새 정부는 지난해 8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선언하고 과거 어느 정부보다 친환경과 녹색을 강조해 오고 있다.

 

녹색성장 비전 선언 이후 환경부는 물론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 등에서까지 녹색성장 비전과 연결짓는 정책 발표가 이어졌다. 녹색성장 정책을 총괄할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난달 16일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고, 녹색성장 홍보와 공감대 확산을 위해 일선 시·도에도 잇따라 녹색성장포럼이 구성됐다. 정부는 최근에는 국제회의 등에서 녹색성장 비전 홍보를 강화해 국제 사회에서 ‘녹색성장 원조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욕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녹색’을 내세우며 추진해 온 정책들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녹색연합은 최근 새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내놓은 정부 환경정책 평가 자료에서 “새 정부의 1년은 국민의 가슴을 ‘회색’으로 멍들게 한 1년”이라고 표현했다. 4대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의 무리한 추진을 비롯해 △그린벨트 전격 해제 △새만금 토지이용 용도 변경 △상수원 주변과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 완화 △국립공원 로프웨이(케이블카) 허용 △수돗물 민영화 시도 등 시장에 중심을 둔 잇따른 규제완화 정책 추진이 그런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런 규제완화 조처들이 새 정부에서 잇따르리라는 점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환경공약의 기본방향으로 “‘일류국가’에 걸맞은 환경규제의 선진화”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적 경기침체로 경제위기 극복에 세계 각국 정부들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보다 환경단체들이 근본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정부가 새로운 개발주의를 녹색으로 위장해 진정한 녹색의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환경단체들의 협의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지난달 새 정부의 환경정책 1년을 평가하는 내부 논의와 토론회를 거쳐,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단기 경기부양 중심의 토건사업 활성화 정책을 녹색으로 분칠한 ‘녹색세탁’”으로 공식 규정하고 “‘녹색’으로 위장한 개발패러다임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개발과 성장에 앞서 복지와 민생, 삶의 질까지 고려해야 하는 진정한 녹색성장의 관점에서 볼 때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의 내용인 4대강 정비사업, 고속철 조기 완공 등은 ‘녹색’과 무관한 단순한 토목사업에 불과하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이 내린 결론이다.


새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추진중인 녹색성장기본법 제정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있다. 지속가능발전법 등 다른 법률에 대한 상위법적 지위, 핵산업 활성화, 4대강 정비사업, 수돗물 사업에 대한 민자투자 활성화 조항 등을 들어 환경단체들이 “‘녹색’에 대비되는 이른바 ‘황색’ 규정으로 넘쳐나며, 막개발을 합리화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윤상훈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 불쑥 발표된 뒤 국민의 반대 속에 폐기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녹색 뉴딜로 다시 추진중이고, 원자력 에너지가 청정 에너지로 홍보되고, 각종 규제완화 조처가 서민 편익을 위한 사업으로 둔갑됐다”며 “새 정부에서 환경은 오히려 퇴행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