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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 문건 공개…위험물 현황 사전에 이미 파악

강산21 2009. 1. 21. 21:25

경찰 내부 문건 공개…위험물 현황 사전에 이미 파악


"고가 사다리차 없으면 못 들어가" 원칙…현장에선 왜 무시?

 

서울경찰청 경비1과가 작성해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보고한 '1·20 전철연 한강로 3가 남일당빌딩 점거 농성장 진입 계획'문건이 공개됐다. 21일 오후 민주당 강기정·김유정 의원이 공개한 이 문건에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사인도 선명하게 나와있다.

서류상 준비는 철저한데 현장은 딴판?

▲ 우측 상단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사인이 보인다. ⓒ프레시안

이 문건을 보면, 경찰은 농성장 내의 염산, 시너, 화염병 등 위험물 현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또 경찰은 '극렬 저항 및 분신 투신 자해 등 극단적 돌출 행동 우려'라며 '건물 하단에 메트리스와 그물망 등 설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에서 그물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은 이 문건에서 "에어매트 및 안전매트리스 등 안전 시설을 충분히 설치 및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은 "에어메트리스를 준비했지만 다 녹아버렸다"고 말했다.

또 "소방차 6대, 소방 고가 사다리차 2대, 바스켓차 2대 반드시 확보"라는 구절도 있지만 사건 현장 가까이에는 고가 사다리차가 배치되지 않았다.



 

용산구청 "조합이 알아서 해라, 면담에 나설 수 없다"

▲ 사고 현장에서 유류 화재에 대한 장비가 부족하고 물대포만 보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프레시안


특히 이날 국회에 출석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사전에 충분히 상대 측과 대화하면서 설득을 많이 했다"고 거듭 주장한 반면 이 문건에는 "용산구청(유관식 도시기획팀장) '관계자 면담 요청 관련 조합 측이 나서서 할 일이다. 면담 자체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협상 테이블 요구 자체가 거부당했다는 전철연 측의 주장이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한편, 이 문건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등이 강조한 대로 "(농성자들이) 경력 및 행인 차량 등 상대로 새총 발사 및 화염병과 벽돌, 염산이 든 박카스병 투척 등 강력 저항"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사태와 무관한 일반 시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강조한 것.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문건의 구체적 피해 사례 항목을 보면, '새총 발사 용산 경비과장 차량 유리 파손·채증요원 타박상' '살수차에 화염병을 투척 살수차 옆 건물 1층에 화재 발생' ,' 남일당 옆 공가(이미 철거한 집)에 화염병 투척' 등만 나와 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090121181537§ion=01

 

 

 

 

과격시위 전에 ‘경찰특공대 투입’ 이미 결정

 

ㆍ진압 전날 오전9시 ‘출동지시’ 문건 확인
ㆍ경찰 “오후7시 회의서 결정” 발표와 달라


서울 용산 철거민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 3시간30분 만에 경찰특공대 출동을 결정한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특공대 투입은 ‘도심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경찰의 설명과 배치된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정황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문건과 진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21일 공개한 경찰의 상황보고 문건. 19일 오전 5시30분 철거민 농성 시작 3시간반 만인 오전 9시에 경찰특공대 2개 제대 출동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농성 직후 경찰특공대 출동=21일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용산 4구역 관련 상황 보고’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19일 오전 9시, 낮 12시55분, 오후 2시 등 3차례에 걸쳐 용산 재개발 4구역에 경찰특공대 2개 제대(1개제대는 3개팀 총 20여명)를 출동준비시켰다. 오후 2시에는 현장 배치를 끝마쳤다.

철거민들이 용산 한강로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을 시작한 것은 이날 오전 5시30분. 농성을 시작한 지 3시간30분 만에 대테러 진압부대인 특수부대 출동이 결정된 것이다. 경찰은 지난 20일 참사 발생 후 “19일 오후 7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주재한 회의를 통해 경찰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철거민들의 화염병·쇠구슬 등 ‘과격 시위’보다 경찰의 ‘특공대 투입지시’가 먼저 이뤄졌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설명과 달리 일찌감치 경찰특공대 투입을 전제로 한 초강경 진압작전이 수립됐다는 것이다.

애도와 분노 21일 서울 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 현장에서 한 철거민이 건물 가림막 위에 애도의 국화를 헌화하고 있다. |김영민기자


경찰은 또 진압작전에 따른 위험성을 충분히 예측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김 의원이 확보한 경찰 진입계획서 작전계획에는 ‘철거민들이 20ℓ짜리 시너 60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유류성 화재를 대비한 소화기 준비’ ‘투신 분신 우려’ 등이 명시돼 있다. 또 특공대 진입을 위해 소방서에 ‘굴절차(사다리차)’를 요청한 사항도 나와 있다. 소방서 측은 ‘화염병 등으로 위험할 뿐 아니라 인명구조용 굴절차를 특공대 투입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경찰은 스스로 예측한 위험에 대한 안전 대비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강행했다. 물 위에서 더욱 번지는 특성을 갖고 있는 시너에 불이 붙었지만 물대포를 계속 쐈다. 또 컨테이너로 경찰특공대 진입을 시도해 더 큰 화를 자초했다.

밀폐된 망루 안에 있던 철거민들은 화재 발생 후에도 대피가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중화상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이모씨(37)는 “아래에서는 계속 경찰들이 올라왔고, 창문으로는 물대포가 쏟아져 들어와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천모씨는 “화염병이 물대포에 맞아 튕겨져 나갈 만큼 물살이 강했다”고 전했다.

4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이 폐쇄돼 있어 망루에서 나온 철거민들은 대부분 아래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추락에 대비한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필수장비인 에어 매트리스도 충분하지 않았다. 목격자 조모씨(33)는 “두께 20~30㎝ 정도되는 직사각형 매트리스가 있었지만 듬성듬성 설치돼 있어 몹시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의혹들=가장 큰 관심은 화재발생 원인이다. 용산경찰서 백동산 서장은 “옥상 망루에 있던 시위대들의 화염병 투척 및 시너 사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농성자들이 시너를 통째로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고 밝혔다. 이는 철거민들의 의견과 상반된다. 철거민들은 “경찰특공대 진입과 동시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화염병으로 인한 화재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 정병두 수사본부장(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진술만으로 화재원인이 어떻다고 할 수는 없다”며 “화인은 발화점이 어디냐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특공대 컨테이너로 인해 철거민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회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기중기로 들여올려진 컨테이너가 망루 위에 내려앉는 모습이 확인된다. ‘용산철거민살인진압 국민대책위’는 “이 때문에 컨테이너 무게로 망루가 기울어 아래편에 설치된 출입문이 막혔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물대포를 쏘니 불이 났어도 출구가 막혀 사람들이 탈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211817395&code=9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