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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 누가 가장 많이 발의했나

강산21 2009. 1. 9. 15:52

‘악법’ 누가 가장 많이 발의했나

2009 01/13   위클리경향 808호

참여연대 ‘문제법안’ 21개 뽑아 선정… 공성진·신지호·안상수 의원 공동 1위

공성진, 신지호, 안상수, 강승규, 나경원(위 왼쪽부터) 손범규, 장제원, 정병국, 강석호, 김성회(가운데 왼쪽부터) 이성헌, 이한성, 허태열, 현경병, 황진하(아래 왼쪽부터)

‘MB 법안을 만든 의원은 누구일까?’
연말과 연초 국회는 여·야 간 힘겨루기로 MB 법안 자체가 화제가 됐지만 참여연대는 법안이 아니라 법안을 발의한 의원을 주목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24일 ‘충격 발표 악법 발의의원 대공개’라는 글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26일에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들 의원을 빗댄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안상수 의원은 공동발의 많아
참여연대는 독특한 방식으로 ‘악법 최다 발의의원’을 선정했다. 한나라당이 중점 추진 법안이라며 밝힌 법안 중 문제가 있는 법안 21개를 선정했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에게는 2점을, 공동발의한 의원에게는 1점을 매겨 총점을 계산한 것이다.

이 결과 공동 1위에는 3명의 의원이 ‘악법 최다 발의의원’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공성진·신지호·안상수 의원(한나라당)이 모두 8점을 얻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공 의원은 ‘금융지주회사법 일부 개정법률안, 국가 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 법안, 국가 사이버위기관리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가정보원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공동발의했다. 공 의원은 국회 정무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과 은행법 일부 개정안은 한나라당 정무위원들이 개정을 주도하고 있다. 공 의원은 국가정보원 관련 법안 제정에도 앞장서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공 의원은 정보위에서 활약했다.

신지호 의원은 일명 ‘마스크 금지 법안’으로 알려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또한 비영리단체지원법 일부 개정법률안도 대표발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인 신 의원이 상임위 소관 법률의 개정안을 낸 것이다.

신 의원이 공동발의한 법률안으로는 국가정보원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황영민 간사는 “공 의원과 신 의원은 점수를 매기기 전부터 1등을 차지할 것으로 짐작됐다”고 말했다. 뜻밖에 공동 1위에 오른 의원은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다. 참여연대가 ‘악법’으로 평가한 법안 중 안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안 의원은 공동발의가 많다. 참여연대가 ‘악법’으로 평가한 법안 중 무려 8개 법안에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안 의원은 최저임금법 개정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병역법 개정안 등을 공동발의했다.

참여연대는 안 의원을 “악법에는 꼭 낀다”면서 ‘악법계의 감초‘로 표현했다. 참여연대 황 간사는 “안 의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라면서 “문제가 있는 법을 대표발의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동발의한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가 집계한 분석에 따르면 안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 중 50여 건의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공동 2위는 강승규·나경원·손범규·장제원·정병국 의원이 선정됐다. 이들 의원은 모두 7점을 얻었다. 2위를 차지한 의원들은 대부분 참여연대에서 예상했던 의원이다. 이들이 이미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기존 법률의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개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견이 됐다는 것이다. 나경원·정병국·강승규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신문법·방송법 개정안을 주도했다. 나 의원은 방송법 일부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강 의원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손 의원과 장 의원 역시 각각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와 행정안전위에서 보수 쪽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손범규 의원은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당소송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공동 3위에는 강석호·김성회·이성헌·이한성·허태열·현경병·황진하 의원이 모두 6점을 얻어 선정됐다. 국방위원회에 속해 있는 김성회 의원은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법사위의 이한성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른 의원들은 모두 6개의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참여연대가 독특한 방식으로 선정한 ‘악법 최다 발의의원’에서 의외로 빠진 의원이 있다. 참여연대 황 간사는 “악법을 대표발의했지만 공동발의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은 의원으로, 조전혁·박종희·이철우·성윤환·장윤석 의원을 손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전혁 의원은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종희 의원은 은행법 일부 개정안을, 이철우 의원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성윤환 의원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장윤석 의원은 형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네티즌 5분 직접 행동’ 제안
참여연대는 ‘악법 최다 발의의원’에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항의 글 남기기 등 ‘네티즌 5분 직접 행동’을 제안했다. 황 간사는 “법률 자체도 문제지만 의원들의 잘못된 입법 활동을 막기 위해서는 네티즌이 이 법안을 만든 의원이 누구인지 알아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악법’을 대표발의한 것으로 지목된 한 의원 측은 “참여연대가 어떤 일을 하든 관심이 없다”면서 “의원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그렇게 많은 항의 글이 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 측은 “참여연대에서 그런 것을 선정한 것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참여연대의 ‘악법 최다 발의의원’ 선정이 편향적이라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 황 간사는 “최다 발의의원으로 선정된 의원 대부분이 신념을 갖고 법안을 대표발의하거나 공동발의했다고 보기 때문에 선정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간사는 “오히려 의원들이 왜 자신의 법이 악법이냐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쟁의 장으로 나서줬으면 한다”면서 “이 법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내용도 그렇지만 공청회 등의 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몰아붙이려고 하기 때문에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