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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성직자들 "우리 안 잡아가면 경찰 직무유기"

강산21 2008. 7. 7. 22:14
2008년 07월 07일 (월) 19:11  오마이뉴스

촛불 성직자들 "우리 안 잡아가면 경찰 직무유기"

[[오마이뉴스 송주민 기자]경찰의 '촛불 원천 봉쇄' 작전이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시국 미사·기도회·법회 등을 추진한 종교인들에 대해서도 사법처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종교계와 야당 등은 일제히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크게 들썩이고 있다. < 연합뉴스 > 에 따르면 한 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촛불집회 주최 측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히며 "종교행사 명목으로 열린 촛불집회의 경우도 당시 나온 구호, 발언 내용, 거리행진 등 전체적 상황을 종합해 위법 여부와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증이 이미 돼 있으므로 이를 검토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사용하겠다"며 "촛불문화제 명목으로 열린 다른 촛불시위와 원칙적으로 같은 잣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어청수 경찰청장
ⓒ 연합뉴스 이상학
시국종교행사도 처벌?...종교인들 "특혜받을 생각 없다, 잡아가라!"

또한 어청수 경찰청장도 이날 별도의 기자간담회에서 5일 촛불집회를 예로 들며 "종교행사는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종교행사라도 도로를 장시간 점거하거나 그 위에서 연좌하는 것은 집시법 적용 대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 수뇌부의 이런 발언은 지난주 시청 앞 서울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와 기독교, 그리고 불교의 시국 종교행사를 직접 겨냥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시국미사와 기도회, 법회를 개최하고 참여한 종교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형사 처벌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것.

이와 관련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국민적인 정서를 고려해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할 상황인데, (경찰 수뇌부로서) 신중한 처신은 아니었고 경솔한 발언이었다"고 운을 뗀 뒤, "사제단은 시국기도회를 마감하고 정부에게 국민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 안을 것인가 정리할 시간을 준 것인데, 서울경찰청장의 입장을 정부의 입장으로 알아들으라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또 "듣자하니 대책회의와 종교단체 사이에서 나온 특혜시비 때문에 처벌한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우리는 종교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을 생각이 없다"며 "시민들을 잡아넣으려면 우리 사제단부터 잡아 넣어라"고 언성을 높였다.



1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 '국민존엄을 선언하고 교만한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시국미사'에서 사제단이 시민들 사이로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인 지관 스님도 "정확한 발언 취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나 그 내용이 진정성이 있는 내용이었다면 제발 좀 빨리 잡아가라, 지금까지 채증하고 다 했으면서 가만히 놔두는 것도 직무유기가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한 청장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우리 종교인들이 나서서 모든 시민들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진정성에 대해 따져 물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지관 스님은 또 "시국 종교행사로 열린 집회가 불법이었다면 애초에 허가 자체를 내주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은 뒤, "정부와 경찰이 아직도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이제는 정말 큰 시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주권수호 권력참회 발원 시국법회'가 4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야당들 "종교의 양심에 족쇄 채우려는 건가?"
야당들은 이날 일제히 논평을 내고 한 청장의 발언을 강하게 성토하며, 그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통합민주당은 "종교의 양심에 족쇄를 채우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명박 정부는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에 항의하며 스스로의 건강권을 지키고자 하는 선량한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아온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평화로운 시위를 유도하며 국민을 보호하려는 종교인들까지 사법처리하겠다고 선언하는 시대역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도 "독재의 폭력이 이제 뵈는 것도 없고, 거칠 것도 없는 것 같다, 역대 어떤 독재정권도 이처럼 공공연히 '종교탄압'을 거론한 적이 없었다"고 강하게 성토하며 "국민과 종교인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는 어청수 경찰청장과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진보신당도 "한 청장의 발언은 본인의 처지를 모르는 가소로운 발언이자 오만방자한 태도"라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헌법을 유린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실정법을 어겨가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재차 반문했다.

누리꾼도 발끈... "스스로 제 무덤 파는 격"



6일 오후 서울시청 직원들이 서울광장에 세워져 있던 촛불교회, 진보신당, 사회당의 천막을 강제 철거한 후, 어디론가 옮기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누리꾼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 오마이뉴스 > 의 '민주노동자'는 "마이동풍이라더니 청수동풍일세…"라고 운을 뗀 뒤, "꼭 사법처리하길 바란다. 그리고 공소시효가 남았다면 2005년도에 촛불을 들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씨도 사법처리 하라"고 요구하며 당시 이 대통령이 시청 앞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를 위해 촛불을 들었던 사진을 올려놨다.

'번개모임-07'도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경우가 될 수도 있겠다"며 "평화행진으로 돌아선 촛불국민을 다시 한번 건드려서 폭력시위로 꼬투리를 잡겠다? 미안하지만 시기를 놓쳤네요, 국민의식 수준이 훨씬 업그레이드된 걸 모르나"고 반문했다.

< 미디어 다음 > 의 대화명 'oltra'도 "정말 자살골을 넣으려면 종교인들 탄압하면 된다, 종교인 처벌은 이명박 정부가 확실히 물러나게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장로라는 직분을 가진 신앙인의 정부가 이런 멍청한 생각을 하는 게 우습다, 기독교·불교·천주교 등 인간이 가진 신앙이란 부분을 건드려서 무사했던 권력은 역사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원2'는 "정말 대단하다, 하루가 지나면 기록이 깨지는 것 같다"며 "공안 통치는 전두환보다 더 하고, 경제는 영삼 노인네가 나라 망쳐 놓은 거보다 더 하고…"라고 한숨을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