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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수위 ‘속도위반’ 지나치다

강산21 2008. 1. 4. 13:20

인수위 ‘속도위반’ 지나치다
한겨레  권태호 기자 성연철 기자 이수범 기자 
» 금융감독위원회 간부들이 3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회의실에서 경제1분과 인수위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권출범도 전에 “공약 맞춰라”…각부처 ‘정책 뒤집기’ 몸살
금산분리 완화·대입 이양 등 ‘전리품 챙기듯’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공약 실천방안 마련을 각 부처에 요구하면서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각 부처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을 스스로 뒤엎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인수위가 본연의 업무인 정권인수 작업에서 더 나아가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 실천방안’을 참여정부의 공무원들에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이런 행태는 공무원들로 하여금 어제까지의 말을 한순간에 바꾸는 정치적 ‘줄서기’를 강요함으로써, 공무원 사회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3일 금융감독위원회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금감위가 금산분리 제도 개선 및 보완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했다”며 “펀드 또는 컨소시엄 등 다양한 소유형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용덕 금감위원장이 최근까지도 “금산분리 원칙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금산분리 유지 방침을 고수한 것과는 정반대다. 국정홍보처는 이날 조직개편의 한 방안으로 홍보처 폐지 방안을 스스로 내놓았다. 총리실도 “목적이 달성된 기획단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며 스스로 기능 축소를 선언하는 등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다.

 

앞서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2일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맨처음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인수위는 교육부가 보고한 기능개편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대입관련 업무를 대학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 등으로 이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스스로 대학입시 관련 업무를 떼어내 ‘대학 협의체’로 넘기는 방안을 업무보고에 포함시킨 것이다.

 

공무원들의 이런 ‘정책 부정’은 인수위가 지난해 12월28일 각 부처에 내려보낸 7개 항의 ‘업무보고 작성지침’에서 ‘당선인 공약 실천계획’(연도별 로드맵)을 보고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각 부처가 이 당선자의 선거공약에 맞추어 업무 추진방향을 끼워맞추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에서는 대입 업무 이양 방안을 두고 내부 반론이 계속 제기돼 토론을 거듭했지만, 업무보고를 몇 시간 앞둔 2일 오전 보고 내용을 보강하라는 인수위의 주문을 받고, 보고서에 ‘이양’ 방안을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간부는 “사회적 논란이 큰 대입을 ‘올해 바꾼다, 3년 뒤 바꾼다’고 구체적 일정을 잡긴 어려울 것”이라며, “인수위가 ‘연도별 로드맵’까지 요구한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 방침을 보고한 금감위 관계자도 “당선자 쪽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상황에서 우리가 내놓고 ‘그건 안 된다’고 말할 순 없지 않으냐”고 무력감을 토로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문제의 ‘업무보고 지침’과 관련해 “과거 인수위가 공무원들에게 끌려다닌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업무보고 지침을 각 부처에 내려보냈다”며 “새 정부가 가려는 방향으로 공무원들이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인수위의 이런 급한 태도에 대해 비판적이다. 손혁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수위는 정부 업무를 현안 위주로 인수받는 기구이지, 앞으로 어찌할 것인가는 인수위 스스로 정할 문제”라며 “또 공약도 실천 가능성 우선순위를 따져 면밀히 검토한 뒤에 정책 집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어차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실행할 일을 두고 공무원의 사기를 꺾고 서둘 필요는 없지 않으냐”며 “이명박 정부가 5년 뒤 나올 때를 생각해 역지사지를 해 보아도 그게 맞다”고 말했다. 권태호 성연철 이수범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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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8-01-04 오전 07:04:43 기사수정 : 2008-01-04 오전 08:22:35

출처 : 참여시민네트워크
글쓴이 : 김성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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