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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강산21 2002. 1. 24. 17:25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결혼식


오늘은 저의 결혼 1주년 되는 날입니다. 지금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내 남편과 살과 살을 맞대고 살아온 날이벌써 365일이 되었습니다. 오늘 밤 그이와 결혼식때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이는 한장도 입을 다물고찍은 사진이 없었습니다. -_-;
그러나 한장도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 없는 사람이 있었습니다.아빠였습니다...
결혼식 전날이었습니다. 전 너무나도 설레이는 마음에 밤늦게까지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문득달이 보고 싶었습니다. 집 앞마당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는 누군가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아빠였습니다. 아빠는 밤하늘에 걸린 달을 보며 계속해서 줄담배를 태우고 계셨습니다.
아빠의 다른 한손에는 저의백일사진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아빠는 저의 백일사진을 한참을 뚫어지게 보시더니 가만히 품으로 가져가시는 것이었습니다. 그순간 아버지의 눈가에깊게 패인 주름을 보았습니다.
조용히 아빠등뒤로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더이상 갈수 없었습니다.
아빠가 손수건으로눈가를 닦았습니다. 언제나 완고하고 강하게만 느껴지던 아빠가 오늘처럼 작고 왜소하게 보여진적이 없었습니다.
살며시 아빠등뒤를안았습니다. 어느덧 아빠의 어깨와 저의 어깨가 같은 위치까지 왔습니다...
" 내 딸아... 내가너의 아버지라는 것이 자랑스럽구나..."
아빠의 말이었습니다. 언제나 말썽피우고 문제만 일으키며다녔던 내게 아버지는 내가 자신의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때였습니다. 저는 원래 가족계획에 없었는데아버지의 왕성한 혈기에 우연찮게 태어난 핏줄이라고 했습니다. -_-;
그래서 아빠와 난 나이차가 많습니다. 다른 친구들 아빠는다들 젊고 힘도 세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나이도 많고 머리도 많이 하얗습니다. 아빠랑 교문을 나올때였습니다. 친구가물었습니다.
" 아빠 안 오셨니? " 라고. 그런데 더 못된건 제가 " 아빠가 많이 바쁘셔서....할아버지가 대신 오셨어.. "라며 아빠를 친구에게 소개를 시켜 주었습니다.
그때는 다른 아빠보다 키도 작고 머리도 하얀 아빠가 부끄럽게만 생각되었습니다. 그다음날 아버지는 머리를 새까맣게 염색을 하셨고 좀더 세게 다리좀 땡겨보라며 엄마를 닥달하셨습니다....
중학교때의 일입니다.아빠생각때문에 기말고사를 몽땅 말아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빠가 땅덕을 많이 보셔서 어깨를 펴고 사시지만 고등학교때까지만 하더라도 한번도제대로 허리를 펴고 사신적이 없었습니다. 기말고사 마지막날이었습니다. 늦게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둥 마는둥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빠,엄마가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렵게 살아오신 두분덕에 가훈이 '잘먹자'인 우리집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일이었습니다.
밥을 대충 먹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무슨일인가 싶어 안방문을 살며시 열어엄마, 아빠를 보았습니다.
엄마가 아빠의 허벅지 사이에 30cm 이상 깊게 패인 상처에 고약을 발라주고 계셨습니다. 어제 막일을하시다가 못뿌리에 긁힌 것이라고 아빠가 말했습니다.엄마는 계속 병원에 가보자고 했지만 아빠는 괜찮다고 그랬습니다. 그러더니 끝내 아빠가 내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 조금 있으면 막내둥이 생일이야. 하루벌어 하루사는 우리가병원가서 돈 다 쓰면 가뜩이나 해준것 없는 우리 막내둥이한테 내가 미안해. 난 조금 아프면 돼. 허나 막내둥이는 가슴 아프면 안돼. 이번엔좋은걸 해주고 싶어."
그날 아침 절름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비틀비틀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향하시는아빠의 뒷모습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겨울에 태어난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그리고결혼식날이었습니다. 신부입장. 저 앞에 그이가 어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부의 손을 살며시 잡고 입장하라는 안내원의말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내 손을 꼬옥 잡고는 입장을 하셨습니다.
아빠의 한군데도 성한곳이없는 손을보자 문득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아빠의 손을 더욱더 꼬옥 잡았습니다. 신랑앞에 서서 손을 건네 주어야 될순서에서도 아빠는 제 손을 놓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그이의뺨을 때리고서는 '내 딸을 훔쳐가는 댓가야!'라는 말씀과 함께 깊게 그이를 안았습니다. 당황해 하고 있는 그이에게 못내 쉽게 내 손을 건네주고는자리로 돌아가시는 아빠의 뒷모습에서 짙은 외로움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아빠의 일흔네번째 생신입니다. 그때는... 그때는 정말 말하렵니다.가슴깊이 담아두었던 내 영혼의 말을...
아빠....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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